'가장 오래된 라이벌' 잉글랜드-스코틀랜드 144년의 역사

기사입력 2016-11-11 10:02


ⓒAFPBBNews = News1

[런던(영국)=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라이벌 매치가 온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가 11일 밤(현지시각) 축구의 성지 영국 런던 웸블리에서 맞붙는다. 양 팀은 2018년 러시아월드컵 F조 4차전 경기를 치른다. 113번째 맞대결이다. 앞선 112번의 대결에서 양 팀은 축구사에 남을 역사를 만들었다. 양 팀이 펼쳤던 주요 경기들을 살펴보자.

1872년 11월 30일 글래스고

지금으로부터 144년전 역사상 최초의 A매치가 열렸다. 1872년 11월 30일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해밀턴 크레센트. 4000여명의 관중들이 이 경기를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결과는 0대0. 사람들은 이 경기에서 축구의 발전 가능성을 봤다. 특히 클럽이 아닌 국가를 대표하는 경기가 열렸을 때 그 파장은 엄청나다는 것을 실감했다.

이 경기를 시작으로 근대 축구가 태동했다. 이듬해 스코틀랜드 축구협회가 발족됐다. 참고로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1863년 창설됐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는 매년 정기전을 치렀다. 1884년 브리티시홈챔피언십으로 규모를 키웠다. 세계 최초 국가대항전이었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웨일스와 아일랜드가 참가했다. 이후 축구는 세계로 뻗어나갔다.

웸블리의 마법사들

양 팀 맞대결 역사 초반에는 스코틀랜드가 잉글랜드에 앞섰다. 1872년 시작한 양 팀의 정기전은 1883년까지 이어졌다. 12번의 대결에서 스코틀랜드가 8승2무2패로 앞섰다. 1884년 브리티시홈챔피언십이 창설됐다. 양 팀간의 대결은 다소 의미가 희석되는 듯 했다. 하지만 스코틀랜드인들은 달랐다. 그들에게는 잉글랜드와의 맞대결이 너무나 중요했다. 민족적 감정을 해소하기에 그만한 이벤트도 없었다.

1928년 3월 31일. 웸블리에서 양 팀의 맞대결이 열렸다. 일단 장소가 남달랐다. 런던이었다. 런던 남부 오벌에서의 경기는 1889년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잉글랜드 홈경기는 대부분 북쪽에서 열렸다. 블랙번이나 리버풀, 버밍엄, 혜필드 등이었다. 런던에서 열리기는 했다. 하지만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크리스탈팰리스에서나 열렸다. 잉글랜드인들에게는 스코틀랜드와의 맞대결이 그리 달갑지 않았다. 홈에서는 이겨도 본전이었다. 여기에 지리적으로도 런던은 상당히 멀었다.

그러던 1923년 웸블리가 완공됐다. 잉글랜드에도 축구의 고향이 생겼다. 1924년 웸블리에서 첫 맞대결이 있었다. 1대1 무승부였다. 그로부터 2년만에 웸블리에서의 격돌이었다.


스코틀랜드 선수들은 칼을 갈았다. 1년 전 글래스고 햄던파크에서 1대2로 졌다. 설욕을 다짐했다. 초반부터 맹폭을 퍼부었다. 경기 시작 3분만에 알렉스 잭슨이 골을 넣었다. 그는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알렉스 제임스는 2골을 넣었다. 스코틀랜드는 잉글랜드를 5대1로 완파했다. 스코틀랜드 언론들은 자신들의 선수들을 '웸블리의 마법사들'이라 칭했다.

1961년 웸블리

잉글랜드는 자존심이 무너졌다. 2년 후 웸블리에서 5대2로 스코틀랜드를 무너뜨렸다. 하지만 1940년대가 끝날 때까지 스코틀랜드만 만나면 고전을 면치 못했다.

1950년대 들어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1952년 햄든파크에서 2대1로 승리했다. 1960년까지 9경기에서 6승3무의 절대 우위를 이어갔다. 1955년 웸블리에서는 7대2의 대승을 거두기도 했다. 1961년 웸블리는 환희였다. 스코틀랜드를 홈으로 불러들여 9대3으로 대파했다. 양 팀 맞대결 역사상 잉글랜드가 거둔 최다 점수차 승리였다.

재미난 일화도 있었다. 1966년 잉글랜드는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스코틀랜드로서는 배가 아플 수 밖에 없었다. 1년 뒤 웸블리에서 양 팀의 맞대결이 열렸다. 스코틀랜드는 3대2로 승리했다. 경기가 끝난 뒤 스코틀랜드는 "월드컵 우승국인 잉글랜드를 눌렀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새로운 월드 챔피언"이라고 선언했다. 물론 그 누구도 인정하지는 않았다.


스코틀랜드팬들의 웸블리 난입 사건.
스코틀랜드 팬들 난입

1977년 6월 4일 웸블리에서 다시 양 팀의 경기가 열렸다. 스코틀랜드는 1년 전 햄던파크에서 2대1로 승리했다. 상승세였다. 웸블리에서도 2대1로 승리했다. 1967년 3대2 승리 이후 10년만에 거둔 웸블리에서의 승리였다.

스코틀랜드 팬들은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 갑자기 경기장 안으로 난입했다. 경찰들도 그들을 막을 수 없었다. 스코틀랜드 국기를 펼쳤다. 잔디도 파냈다. 하나둘씩 골대에 매달렸다. 결국 골대를 무너뜨리고 말았다. 영국 축구 역사상 가장 유명한 경기장 난입 사건이었다.


폴 개스코인
1996년 & 1999년 잉글랜드 두 명의 폴

매년 열리던 양 팀의 맞대결은 1989년이 마지막이었다. 브리티시홈챔피언십은 1984년 끝났다. 1985년 시작한 로스컵도 1989년이 마지막이었다.

7년 뒤 양 팀은 처음으로 맞붙었다. 장소는 웸블리. 유로 1996 A조 2차전이었다. 양 팀 모두 1차전에서 무승부에 그쳤다. 꼭 승리해야 하는 경기였다. 후반 8분 앨런 시어러가 첫 골을 넣었다. 후반 34분 폴 개스코인이 쐐기골을 박았다. 개스코인은 누워서 물을 마시는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이날 승리에 힘입어 잉글랜드는 8강에 올랐다. 스코틀랜드는 결국 탈락했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처음이자 마지막 메이저대회 본선 경기였다.

3년 뒤 또 다른 폴이 나타났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는 유로 2000 플레이오프에서 격돌했다. 홈 앤드 어웨이 2경기로 승자는 본선으로, 패자는 탈락하게 됐다. 1차전은 1999년 11월 13일 글래스고 햄던파크에서 열렸다. 잉글랜드에는 폴 스콜스가 있었다. 스콜스는 전반 21분과 42분 연속골을 넣었다. 스코틀랜드는 4일 뒤 웸블리에서 2차전을 치렀다. 1대0으로 승리했다. 하지만 본선행 티켓은 잉글랜드의 몫이었다.

가장 최근 맞대결은 2년 전인 2014년 11월 18일이었다. 글래스고 셀틱파크에서 열렸다. 영웅은 웨인 루니였다. 루니가 2골을 넣은 잉글랜드가 스코틀랜드르 3대1로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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