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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전에는 '도하의 기적'이 있었다. 3년 전에는 골득실차에서 단 한 골 앞서며 간신히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2016년 11월 15일, 한국 축구의 운명의 날이다. 월드컵 본선행 직행 티켓은 각 조 1, 2위에만 주어진다. 조 3위가 되면 플레이오프(PO) 나락으로 추락한다. B조 3위, 북중미 팀과의 대륙별 PO 등 두 단계를 더 거쳐야 한다. 결코 본선행을 장담할 수 없다.
슈틸리케호는 현재 'PO 스팟'인 3위(승점 7·2승1무1패)에 위치해 있다. 선두는 이란(승점 10점·3승1무), 2위는 우즈벡(승점 9점·3승1패)이다. 격차가 크지 않다. 아직 갈 길도 많이 남았다. 그러나 흐름을 놓고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란은 기선을 잡았다. 지난달 호적수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원정에서 우즈벡, 홈에서 한국을 각각 1대0으로 꺾었다. 우즈벡은 이란에만 덜미를 잡혔을 뿐 시리아, 카타르, 중국을 모두 물리쳤다. 이란은 설명이 필요없고, 우즈벡도 견고한 조직력을 자랑한다. 반면 슈틸리케호는 매경기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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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도 '벼랑 끝'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7월 만장일치로 재선에 성공했다. 8월은 쉼표였다. 리우올림픽 한국 선수단장을 맡아 브라질을 누볐다. 9월과 10월, 두 달이 흘렀고, 어느덧 11월을 맞았다. 공백이 생겼다. 최순호 부회장이 포항 스틸러스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겼고, 정해성 심판위원장도 제2의 도전을 위해 물러났다.
'집권 2기'의 인사가 있어야 하지만 지난달 이란에 0대1로 패한 후 '올스톱'됐다. 설화에 휩싸인 슈틸리케 감독을 두둔했지만 돌아선 여론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더구나 우즈벡전 결과에 따라 기술위원회 등 수술할 곳이 늘어날 수 있다. '인사'의 윤곽은 나왔지만 벙어리 냉가슴 앓듯 발표를 미루고 있다. 안익수 감독이 떠난 19세 이하(U-19) 대표팀 사령탑 인선도 못하는 데는 기술위가 슈틸리케 감독과 운명을 함께하기 때문이다.
위기가 일찍 찾아왔다. 한국 축구의 서글픈 현실이지만 우즈벡전은 '모 아니면 도'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슈틸리케 감독의 62번째 생일이다. 하지만 그의 명운도 우즈벡전 90분에 따라 결정된다. 운명의 주사위는 던져졌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