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불 끈 슈틸리케, 하지만 숙제는 남아있다

기사입력 2016-11-16 20:52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15일 오후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5차전 우즈베키스탄과 경기를 펼쳤다.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슈틸리케 감독.
상암=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11.15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은 이렇다.

이길 것인지, 비길 것인지 목표를 잡고, 어떤 전략을 세울지 고민한다. 전략을 가장 잘 이행할 수 있는 포메이션을 결정하고, 이에 맞는 세부적인 전술을 짠다. 전술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선수들을 고르고, 반복된 훈련을 통해 유기적인 플레이를 완성시킨다. 이 모든 계획을 수립하고, 그라운드에서 구현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다. 수많은 조합과 선택 사이에서 고심을 거듭하고,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도 감독이다. 축구에서 감독이 중요한 이유다.

아쉽게도 슈틸리케 감독의 전략은 너무나 뻔하다. 점유율이라는 키워드만 있을 뿐 그 속이 비어있기 때문이다. 슈틸리케호의 포메이션은 4-2-3-1 아니면 4-1-4-1이다. 사실 두 전술은 확연히 다르다. 4-2-3-1은 밸런스를, 4-1-4-1은 창의성을 강조하는 전술이다. 그러나 어떤 전술을 꺼내도 우리의 플레이는 비슷하다. 마치 상대에게 패를 알려주고 카드를 치는 듯 하다. 상대는 우리의 약점인 측면을 노리고, 우리의 뻔한 점유율 축구에 맞서 수비라인을 뒤로 내리기만 하면 된다. 우리 대표팀은 최종예선 내내 '우리를 알고' 싸우는 상대와 힘겨운 승부를 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에 대한 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플랜A가 실패했다는 것은 첫번째 선택이 잘못됐다는 이야기다. 다행히 플랜B를 통해 반전에 성공하고 있지만 이는 슈틸리케 감독의 의도라기 보다는 선수들의 임기응변 측면이 크다. 우즈베키스탄전 후반 40분 구자철의 결승골을 만든 김신욱이 "사실 브라질월드컵을 준비하면서 연습했던 패턴"이라고 한 것은 곱씹어볼 대목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과연 선수들과 어떤 약속된 플레이를 만들었는지, 그 완성도가 어느 정도인지 분석할 필요가 있다. 선수를 찾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우즈벡전 승리로 한숨을 돌렸다. 최종예선에서 만나는 팀들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지난 5경기에서 배웠다. 해법은 더 철저한 준비다. 꼼꼼한 선수 선발부터 플랜 A,B,C까지, 러시아로 가려면 손에 쥔 패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다음 경기인 중국 원정까지 4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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