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4강 마지막 현역' 현영민 "아직은 그라운드를 누비고 싶다"

기사입력 2016-11-17 18:09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1979년생. 한국 나이로 서른 여덟. 축구선수로서의 전성기는 지난 나이다.

그라운드에서 청춘을 다 바친 '베테랑' 현영민(37·전남). 그 역시 세월의 흐름을 실감하고 있었다. 그는 "내가 오래 뛰긴 한 것 같다. 이제는 어디를 가든 최고참"이라며 껄껄 웃었다. 그렇다. 현영민은 동갑내기 이동국(전북)과 함께 K리그 최고참 필드 플레이어다.

광희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으로 축구화를 신은 현영민은 25년 넘게 그라운드를 누볐다. 프로 무대만도 무려 16년(2006년 러시아리그 제니트 포함). 특유의 성실성과 꾸준함은 기록이 입증한다. 그는 지난 9월 K리그 400경기 출전의 금자탑을 쌓았다. 400경기 출전 기념 특별 유니폼을 입은 현영민은 팬과 후배들의 박수를 받으며 환하게 웃었다. 그러나 가슴 한 켠에 남은 허전함은 지울 수 없었다. 추억을 함께 공유할 동료가 없다는 사실이 씁쓸했다. 현영민과 함께 그라운드를 누볐던 선후배들은 하나둘씩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한국 축구의 황금기로 불리는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유일한 현역 선수이기도 하다.

현영민은 "가끔 2002년 한-일월드컵 멤버들과 만난다. 그곳에서는 내가 막내다. 형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면 행복하다"며 "시간을 돌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순간이다. 선수로서 두 번 다시 경험할 수 없는 소중하고 좋은 추억"이라며 미소 지었다.

속절 없이 흐르는 세월 속에 '현역'의 소중함이 더 절실하게 느껴지는 요즘, 현영민은 그 어느 때보다 그라운드가 그립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그는 1년 단위로 계약을 하고 있다.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됐고, 재계약을 원하고 있다. 그는 "당장 앞날은 알 수 없다. 마음 같아서는 한 시즌 더 뛸 수 있을 것 같은데, 내 의지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라며 "하지만 은퇴하면 다시는 프로 선수 생활을 할 수 없다.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산다. 아직은 그라운드를 누비고 싶다"고 말했다.

다시 한 번 '현역'을 노리는만큼 현영민은 일찌감치 다음 시즌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짧은 휴식을 마친 뒤 16일 전남 선수단에 합류, 17일부터 훈련에 돌입했다. 그는 "잘 쉬고 왔다. 이제 다시 시작"이라며 "몸 상태를 유지하는 마무리 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 부상 없이 겨울을 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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