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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만남이다.
전장이 K리그가 아닌 FA컵이라 또 다른 묘미가 있다. 철저한 승자 독식 구조다. 한 팀은 환희의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한 팀은 눈물을 훔치며 조용히 사라질 뿐이다. 전쟁의 감흥은 더 특별하다.
"결승에 올라가면 우승해야 한다. 2등은 필요없다." 황선홍 서울 감독의 말에선 살기가 느껴진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올 시즌 부진을 "FA컵 우승으로 만화하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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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더블'을 꿈꾸고 있다. K리그에 이어 FA컵 우승컵도 들어올린다는 각오다. 명예회복을 노리는 수원은 2008년의 추억을 떠올리고 있다. 이른바 'AGAIN(어게인) 2008'이다. 두 팀은 포스트시즌 체제였던 2008년 K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닥뜨렸다. 1차전 서울의 홈에선 1대1로 비겼다. 2차전은 수원의 안방이었다. 수원은 2대1로 승리하며 챔피언 트로피에 입맞춤했다.
FA컵에선 수원이 3차례, 서울은 2차례 우승했다. 수원이 한 발 앞서 있지만, 최근 흐름은 또 다르다. 서울은 3년 연속 FA컵 결승에 올랐다. 2014년에는 준우승, 지난해에는 우승을 차지했다. 디펜딩챔피언 서울은 FA컵 2연패도 노린다. 반면 수원은 2010년 이후 6년 만의 정상 등극에 도전한다.
FA컵 상대전적에선 호각지세다. 4차례의 대결에서 각각 두 차례씩 웃었다. 2012년 6월 20일, 가장 최근의 FA컵 혈투에선 사건도 있었다. 16강전이었다. 서울은 수원에 0대2로 패하며 슈퍼매치 5연패의 늪에 빠졌다. 그러자 일부 팬들이 분노했다. 팀 버스가 나갈 길을 막고 드러누웠다. 서울 선수단은 1시간30분 동안 밀폐된 공간인 버스에 갇히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있었다.
하지만 서울의 '슈퍼매치 흑역사'는 이미 과거가 됐다. 최근 2년간 K리그 슈퍼매치에서는 서울이 3승3무1패로 우세하다. 올 시즌도 1승2무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슈퍼매치는 늘 예측불허의 승부가 펼쳐진다. 게다가 FA컵 결승전이라면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K리그가 막을 내린 후 공백이 있었다. 수원은 경남 남해, 서울은 제주 서귀포에서 담금질을 했다. 쉼표가 변수지만 국내전지훈련을 마친 두 팀은 무대를 오를 시간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1차전에 이어 2차전은 12월 3일 오후 1시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다.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