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경기'의 핵심은 시간이다. 한정된 시간 속에 쓰인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는 진한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 팬을 불러모으고 수익을 키워 발전할 수 있는 핵심 상품은 결국 '경기'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주관 대회에는 '60분, 멈추지 말고 뛰자(60 Minute, Don't delay play)'라는 깃발이 가장 먼저 등장한다. 실제 경기 시간(APT)을 늘려 팬들에게 보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력을 보여주자는 캠페인이다. '60분'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독일 분데스리가의 APT에서 착안했다.
'60분 캠페인'의 출발점은 K리그다. 지난 2010년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시도한 '5분 더 캠페인'이 모태다. 시즌 뒤 AFC가 프로연맹 관계자들을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의 AFC본부로 초대해 '5분 더 캠페인'의 노하우를 전수받을 만큼 극찬을 받았다. 리그 운영 면에선 아시아 최고를 자부하던 일본 J리그도 무릎을 쳤다. J리그는 지난 2012년부터 각 리그별 APT를 수집해 연말마다 보고서를 공개 중이다.
프로연맹은 지난 2013년 발표한 중장기 발전 프로젝트 '비욘드11'을 발표했다. 승강제 출범을 계기로 리그 뼈대를 다시 갖추고 경기 품질을 강화시켜 2022년 세계 톱10, 아시아 1등 리그로 자리잡겠다는 게 최종목표다. 프로젝트 시행 4년차인 2016년은 성장 가시화의 해였다. 맨 첫 줄에 적은 목표는 APT 증가를 통한 경기 품질 향상이다.
올해 처음으로 '56분의 벽'이 깨졌다. 프로연맹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평균 APT는 58분56초로 나타났다. 지난해(56분38초)에 비해 2분18초가 증가한 것뿐만 아니라 AFC가 목표로 내걸고 있는 60분에 근접한 수치다. 일본 J1(1부리그)의 2016년 APT(56분24초), 2015년 호주아시안컵 본선(경기당 55분15초)과 비교해 보면 K리그의 기록은 더욱 인상적이다.
벽을 깬 것은 공격이었다. 올 시즌 K리그는 다득점을 골득실보다 순위산정에 우선하기로 했다. 각 팀들이 더 많은 골을 얻기 위해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친 게 APT를 증가시켰다는 분석이다. 판정 변화도 꼽을 만하다. 기준점을 올리면서 자연스러운 경기 운영을 유도하고 진행 역시 빠르게 이끌었다는 게 APT로 증명됐다. 지난 4시즌 간 꾸준히 전개한 APT 증가 캠페인 역시 효과를 봤다고 볼 만하다.
모든 숙제가 풀린 것은 아니다. APT를 늘리기 위한 '꼼수'도 존재한다. 의미 없는 볼 돌리기나 순간 상황을 놓치는 오심 판정, 여전히 내용보다 결과를 우선시하는 풍토가 존재한다. '평가 받기 위한 결과물' 대신 '상생을 위한 품질 향상'이라는 공감대를 더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