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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전 또 연기' 권창훈 2경기 연속 벤치대기 왜?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7-02-12 19:07


권창훈이 12일 캉과의 경기에서 2대0 승리를 거둔 디종 선수들을 격려한 뒤 그라운드를 빠져나오고 있다. 사진제공=디종FCO

프랑스 리그로 진출한 권창훈(23·디종FCO)의 데뷔전이 또 다시 연기됐다.

권창훈은 12일(한국시각) 벌어진 2016∼2017 프랑스 리그1 25라운드 캉과의 원정경기에서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정작 그라운드를 밟을 기회는 얻지 못했다.

권창훈이 빠진 디종은 2대0 완승을 거두며 12위를 기록, 강등권 위기에서 탈출했다.

기대를 모았던 권창훈의 출전 여부는 2경기 연속 연기만 피웠다. 지난 9일 FC메츠와의 24라운드에서도 디종 입단 이후 처음으로 엔트리에 들었으나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연이은 불발에 국내 축구팬들은 '이러려고 프랑스 갔나?'라는 등 큰 아쉬움을 피력하고 있다. 하지만 권창훈의 데뷔전이 늦어지는 데에는 별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운과 상황이 따라주지 않았을 뿐이라는 게 주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당초 디종이 지난달 18일 권창훈의 프랑스행 예약 항공권을 변경해 빨리 합류하라고 재촉할 때까지만 해도 그는 곧바로 출전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권창훈의 선수 등록 절차가 늦어졌고, 2016년 시즌을 막 끝낸 권창훈에게 회복할 시간을 주면서 첫 출전 기회도 차일피일 늦춰졌다.


12일 프랑스 리그 디종과 캉의 경기가 열린 스타드 가스통 제라르 홈경기장에서 한국 교민들이 태극기를 앞세워 권창훈을 응원하고 있다. 사진제공=디종FCO
마침내 메츠전에서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며 첫 출격이 성사되는 듯했다. 하지만 출발부터 꼬였다. 메츠전 0-0으로 팽팽히 맞서던 전반 37분 아베이드가 부상으로 교체되면서 디종 벤치는 예기치 않은 상황을 맞았다. 백전노장 발몽(37)을 투입한 디종은 후반 1분 만에 선제골을 허용했다. 선제 실점에 다급해진 디종은 5분 뒤 공격수 교체카드를 쓸 수밖에 없었다. 2선 중앙에 있던 마르탱을 빼고 디오니를 투입해 원톱에서 투톱으로 변경했다. 설상가상으로 15분, 포백 중앙 수비수 로티에가 경고누적으로 퇴장당했다. 달로글리오 디종 감독으로서는 수비수를 투입해 구멍난 수비라인을 메워야 했다. 이로써 디종의 교체카드 3장은 모두 소진됐고 권창훈을 투입할 여지가 없었다.

이번 캉전에서는 경기 흐름이 권창훈에게 녹록지 않았다. 2연패, 다시 강등권 위기에 놓인 디종의 선택은 필승 뿐이었다. 폭설이 내리는 악천후 속에서도 디종의 경기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디종 벤치에서 교체카드 경우의 수를 일찌감치 고려하지 않아도 될만큼 잘 풀렸다. 달로글리오 감독이 전폭적으로 신임하는 팀내 핵심 미드필더이자 알제리 국가대표인 아베이드가 전반 40분 선제골을 터뜨렸다. 투톱으로 나선 디오니의 도움을 받았다. 전방 투톱과 아베이드를 중심으로 한 2선 공격라인 3총사와의 연계 플레이가 잘 이뤄졌다.


이 흐름은 후반 중반까지 이어졌고 교체 카드가 나온 것은 27분과 33분이었다. 공격형 미드필더 아말피타노와 측면 수비수 하다디가 투입됐다. 모험을 즐기기보다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용하는 달로글리오 감독의 성향이 잘 나타난 용병술이었다. 결국 이 카드는 성공적이었다. 종료 직전인 41분 디오니의 쐐기골이 나왔다. 디종은 승리를 확정한 후반 인저리타임이 돼서야 수비형 미드필더도 가능한 벨몽트를 투입해 승리를 잘 지켰다.

디오니의 쐐기골이 나온 이후 권창훈을 투입할 수 있었지만 남은 시간이 너무 적었던 데다 권창훈급 신입 외국인 선수에 대한 예우가 아니라는 것이 주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데뷔전이 늦춰졌지만 권창훈의 표정은 밝았다. 경기를 마친 뒤 활짝 웃는 얼굴로 동료 선수들의 투혼을 축하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권창훈은 20일 리그 4위 강호 올림피크 리옹과의 26라운드서 다시 한번 첫 출전 기회를 노린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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