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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의심했다.
지난해 10월 카타르전 이후 대두됐던 경질론 때와는 분명 분위기가 180도 다르다. 지난해 11월 우즈베키스탄전을 역전승한 뒤에는 '다행'이라는 의견과 함께 엷은 희망이라도 보였다. 그러나 이번 중국전 패배와 시리아전 졸전 이후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경질론에는 더 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이번 3월 월드컵 최종예선 2연전에서 슈틸리케 감독의 준비과정은 이전보다 세밀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상대 분석과 코칭스태프 미팅 시간도 기존보다 두 배 이상 길었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중요한 걸 잊은 채 기술적 향상에만 초점을 맞췄다. 바로 사후관리다. 슈틸리케 감독은 중국에 패한 뒤 감성적으로 다가가든, 질책을 하든 무슨 수를 쓰더라도 충격에 휩싸인 태극전사의 기분을 끌어올려야 했다. 그러나 이 부분을 또 다시 선수들에게 떠넘겼다. 선수들이 스스로 이겨내길 바랐다. 그러나 A선수의 생각은 달랐다. "가장 중요한 건 중국전 이후 분위기 전환이 되지 않았다. 분위기를 아무리 밝게 하려고 해도 한계에 부딪힌 모습이 보였다. 결국 경기력 부진으로 나타나더라." 슈틸리케 감독은 이미 심리적인 것에서 문제점을 파악했었다. 여기서 착각했던 건 '홈에선 잘 할 수 있겠지'란 안일한 생각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방목이 아닌 정신무장을 위한 방법을 강구했어야 했다. 카리스마 제로인 슈틸리케 감독의 선수 관리 능력도 '제로'에 가까웠다는 부분이 여실히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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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은 이번 A매치 2연전을 위해 똘똘 뭉치긴 했다. '캡틴' 기성용(스완지시티)은 곽태휘(36·서울)가 빠지면서 슈틸리케호의 최고참이 된 골키퍼 권순태(33·가시마 앤틀러스)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또 식사시간에는 테이블을 매번 바꿔 선후배들과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고 휴식시간에도 선수들과 대화로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기성용의 노력들이 결과적으로 물거품이 된 모양새다. B선수는 "선수들도 열심히 하려고 했다. 스스로 압박감 등 문제점을 찾으려고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라운드에만 나가면 서로 맞지 않는 모습이 보이면서 답답했다"고 전했다.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분위기를 향상시키는 데 벽에 부딪힌 문제로는 최고참 라인 붕괴 영향이 크다. 2002년부터 2014년까지 따지면 홍명보 이동국 김상식 박지성 박주영 등이 대표팀에서 선수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 한국 축구는 나이를 무시할 수 없었다. 이들이 주장을 도와 분위기를 형성하는 역할을 했다. 그런데 슈틸리케호에선 최고참급 라인이 젊어지면서 주장 기성용이 너무 많은 짐을 짊어진 모습이다. 결과적으로 그라운드에서 원팀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때문에 후배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베테랑이 슈틸리케호에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한국의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이 실현되기 위해선 선수단에 팽배한 유럽식 사고방식 대신 한국식 문화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