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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야심차게 꺼낸 4-4-2 카드는 실패했다.
미드필드 형태를 보면 신 감독의 의도를 읽을 수 있었다. 수비시에는 벌렸고, 공격시에는 좁혔다. 일단 수비시 두줄 수비로 측면을 막겠다는 뜻이었다. 포르투갈 공격의 핵심은 측면이다. 4-3-3을 쓰는 포르투갈은 좌우 윙포워드들이 개인기와 득점력을 겸비했다. 좌우 윙백들의 공격 가담도 활발하다. 윙과 윙백이 간격을 좁혀 협력수비로 측면을 봉쇄할 계획이었다. 공격시에는 이승우와 백승호를 가운데로 이동시켰다. 포메이션은 4-2-2-2에 가깝게 바뀌었다. 측면 공격은 윙백에 맡기고 중앙에서 최전방 공격수들에게 패스를 공급하는 역할을 했다. 조영욱과 하승운은 상대 윙백과 센터백 사이에 자리잡고 계속해서 뒷공간을 노렸다.
하지만 신 감독의 뜻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4-4-2에서 측면 미드필더는 공수 전환이 빨라야 한다. 스피드도 갖춰야 하고, 공격-수비 모두 이해도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승우는 공격수에, 백승호는 중앙 미드필더에 가깝다. 측면 미드필더 역할을 100% 해내기 어렵다. 물론 신 감독은 조영욱 하승운을 위치에 따라 측면으로 이동시켜 이승우 백승호의 수비 가담을 줄이고자 했지만 빠른 경기템포에서는 이마저 쉽지 않았다. 결국 그토록 조심했어야 하는 측면을 열어주며 두 골을 내줬다. 전반 10분 자다스와 27분 코스타의 골 모두 측면 크로스를 막지 못해 허용했다.
결과론이지만 차라리 우리가 가장 잘했던, 익숙했던 전술을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객관적 전력에서 한 수위인 포르투갈을 상대하기에 너무 축구가 복잡했다. 후반 11분 이상헌(울산)이 들어가고 4-3-3으로 바뀐 뒤 플레이가 한결 나아졌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아쉽다. 한국은 막판 정태욱을 최전방으로 올리며 공세 수위를 높였지만 후반 36분 이상헌이 한골을 만회하는데 그쳤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포르투갈 경기 비디오만 봤다"는 신 감독. '여우' 다운 한수를 꿈꿨지만 생각이 너무 많았다. 그 의도를 알기에 더 안타까운 패배였다.
천안=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