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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의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주역 중 한 명인 정몽준 전 FIFA 부회장(66)은 FIFA(국제축구연맹)로부터 5년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상태다. 그로인해 그가 그토록 좋아하는 축구장에도 맘대로 갈 수 없는 신세다.
정 부회장은 그 징계로 인해 2016년 2월 FIFA 회장 선거에서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낙마했다. 당시 지안니 인판티노가 새 FIFA 회장에 선출됐다. FIFA는 뒤늦게 2016년 7월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정 부회장의 징계를 6년에서 5년, 벌금을 10만스위스프랑에서 5만스위스프랑으로 감해주었다. 명예회복을 노리는 정 부회장은 올해 4월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자신이 받은 징계에 대한 부당함을 제소했다.
우리나라는 2022년 월드컵 유치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한국, 호주, 일본, 미국, 카타르가 경합했지만 개최권은 카타르에게 돌아갔다.
이 보고서에는 한국의 2022년 월드컵 유치 과정에 대한 조사 내용이 10페이지 포함돼 있다. FIFA는 정몽준 부회장이 FIFA 집행위원들에게 보낸 편지 내용을 의심했다. 바로 '글로벌 풋볼 펀드'다. FIFA는 당시 정 부회장과 한국 유치위원회에 편지에 대한 시점과 내용에 우려를 전달했다. 당시 한승주 유치공동위원장과 정 부회장은 제롬 발케 FIFA 사무총장의 질의에 해명 서한을 보냈다. 발케 사무총장이 보낸 편지 내용에는 '정몽준 부회장의 편지가 투표권을 가진 집행위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어 걱정된다'고 적혀 있다. 그와 동시에 발케 사무총장은 정 부회장에게 집행위원들에게 보낸 모든 편지의 복사본을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한승주 공동위원장과 정몽준 부회장은 따로 답변서를 발케 사무총장에게 보냈다. 한승주 공동위원장은 '정 부회장이 집행위원들에게 편지를 보낸 건 유치위원회 자격이 아닌 개인적인 결정이었다'고 했다. 정 부회장은 서한에서 글로벌 풋볼 펀드의 취지를 다시 설명함과 동시에 이런 상황에 대한 불쾌감을 담았다. 그리고 잭 워너 집행위원에게 보낸 편지를 첨부해서 보냈다. 그러자 발케 사무총장은 다시 다른 편지들의 복사본도 보내라고 재요청했다.
FIFA 윤리위는 조사 과정에서 정 부회장이 집행위원들에게 보낸 3장의 편지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잭 워너, 레이놀드 테마리 그리고 아모스 아다무에게 보낸 것이다. 윤리위는 추가로 정 부회장 측과 대한축구협회에 모든 편지 복사본을 요구했지만 받을 수 없었다고 적었다.
정 부회장의 편지에 담은 글로벌 풋볼 펀드는 한국이 2011년부터 2022년 까지 7억7700만달러를 조성해 새로운 축구 인프라가 필요한 대륙과 국가에 지원하겠다는 것이었다. 또 이 글로벌 풋볼 펀드는 2022년 월드컵의 중요한 유산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부회장이 집행위원들에게 보낸 편지 내용은 조금씩 달랐다고 한다.
윤리위는 정 부회장이 제안한 글로벌 풋볼 펀드가 앞서 한국유치위원회가 FIFA에 제출한 유치신청서에 포함돼 있지 않는 내용이라는 점에도 주목했다. 윤리위는 유치신청서에서 글로벌 풋볼 펀드의 흔적을 찾기 위해 다양한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관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또 윤리위는 정 부회장이 자신과 오랜 라이벌이었던 블래터 회장 등 5명의 집행위원들에게는 편지를 보내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했다.
윤리위 보고서는 정 부회장의 글로벌 풋볼 펀드 내용이 담긴 편지가 집행위원들에게 이익 제공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 보고서가 결국 2015년 정 부회장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이번 보고서는 일본 유치위원회가 집행위원회들에게 제공한 선물 내역 등도 자세하게 담았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