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日 실험하는데…, '히딩크 광풍'에 꼬여버린 신태용호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7-10-05 16:42


신태용 감독 스포츠조선

한국보다 먼저 2018년 러시아월드컵 본선행을 일군 일본 축구는 11월 해외 원정을 떠난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위 브라질, 5위 벨기에와 격돌한다. 국내에서 벌일 10월 A매치(기린 챌린지 컵)에는 오세아니아 예선 1위인 뉴질랜드와 아이티가 초청됐다.

일본 축구가 부러운 건 하나다. 바히드 할릴호지치 일본대표팀 감독의 상황이다. 뉴질랜드전과 아이티전을 통해 하고 싶은 실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월드컵 본선 진출이란 중요성 때문에 그 동안 발탁하지 못했던 선수들을 소집해 기량을 점검할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소집 명단만 봐도 감독의 실험정신이 그대로 녹아있다. 우라와 수비수 마키노 도모아키(30)는 지난해 10월 이후 1년 만에 선발됐고 구루마야 신타로(가와사키)와 우에다 나오미치(가시마)도 생애 처음으로 대표팀에 발탁되는 기쁨을 안았다. 여기에 A매치 한 차례 출전에 불과한 최전방 공격 자원인 스기모토 겐유(세레소 오사카)도 할릴호지치호에 승선했다.

무엇보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전술 다변화도 구상 중인 것으로 보인다. 5일 일본 스포츠지 스포츠호치에 따르면, 할릴호지치 감독은 독일 분데스리가 마인츠의 무토 요시노리를 왼쪽 측면 공격에 배치하는 등 실험할 수 있는 모든 조합을 실전에서 실행시켜보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채 8개월도 남지 않은 내년 월드컵 본선을 위해 무척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당연히 시행착오가 있을 수밖에 없고 결과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승리라는 결과물은 내년 6월 본선에서 필요한 부분이다.

한국 축구의 상황은 어떤가. 러시아, 모로코와 유럽 원정 2연전을 치르기 위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훈련 중인 신태용호는 '히딩크 광풍' 때문에 준비부터 꼬여버렸다.

신태용 A대표팀 감독이 할릴호지치 감독처럼 실험을 할 수 있는 기회는 10월과 11월 주어진 네 차례 평가전 뿐이었다. 조금 더 시간을 연장하면 12월 1~16일까지 일본에서 펼쳐질 동아시안컵까지 선수 실험과 전술의 다양화 작업을 단행할 수 있어야 했다.

하지만 뜬금 없이 몰아친 '히딩크 광풍'은 신 감독이 살려야 할 기회들을 모조리 집어삼켰다. 실험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을 고쳐나가야 할 시기에 과정에 상관없이 반드시 승리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사로잡혔다.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면 거스 히딩크 감독을 연호하는 팬들의 원색적 비난이 또 다시 고개를 들 수밖에 없었다. 복잡한 문제도 '쿨'하게 넘길 줄 아는 신 감독도 달라진 목표를 가장 안타까워하는 부분 중 하나다.


시기적으로도 신 감독이 무척 불리하다. 순위싸움이 절정인 K리그를 배려해 유럽 원정명단에 K리거를 단 한 명도 포함시키지 않았다. 23명을 전부 해외파로 구성했다. 물론 해외파 중에서도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을 비롯해 황의조(감바 오사카) 임창우(알 와흐다) 송주훈(알비렉스 니가타)처럼 태극마크를 오랜만에 달거나 생애 처음으로 대표팀에 뽑힌 선수들이 있기 때문에 실험이란 단어를 사용할 수 있긴 하지만 신 감독이 원하던 완벽한 실험은 아니다.

가장 아쉬운 건 신 감독이 원하는 공격축구가 준비과정부터 날개를 펴지 못하게 된 것이다. 측면 자원 부재 때문에 스리백으로 전환했다기 보다는 좀 더 수비에 안정을 두고 실점을 최대한 허용하지 않은 상황을 만들기 위해 수비전술을 바꿨다고 보여진다. 물론 포백으로 시작해서 한 명의 선수를 끌어올려 스리백으로 바꾸는 변형 스리백을 활용할 수 있겠지만 전문 윙백이 없는 이상 밸런스가 무너져 더 위험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팬들이 신 감독에게 강한 신뢰와 믿음을 줬다면 신 감독은 이번 유럽 원정에서 스리백 카드를 꺼내 들지 않았을 것이다. 16년 전 프랑스와 체코에 나란히 0대5로 패해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봤던 히딩크 감독처럼 신 감독도 당당히 자신의 길을 걸을 수 있는 대담성을 보여줬을 것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또 터졌다. 프로토 78회 해외축구 필살픽 1395% 적중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