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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도가 환호하고 있다.
지난 10년 간 일본 축구는 가을만 되면 숨죽였다. 스스로 '아시아 최강 리그'라고 자부했으나 10년 동안 ACL에서 얻은 성과는 초라했다. 16강조차 통과하지 못하는 해가 부지기수였다. '한 수 아래'라며 외면했던 K리그(5회), 슈퍼리그(2회)의 잇단 우승 소식은 더 속을 쓰리게 만들었다. ACL 소식은 한동안 일본에선 '관심밖'이었다.
더 복잡한 문제도 숨어 있었다. J리그는 수 년째 동남아를 넘어 유럽까지 TV중계권을 판매하는 '팽창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엔 영국계인 퍼폼그룹에 10년간 2100억엔(약 2조1000억원)에 중계권 계약을 맺는 '잭팟'도 터뜨렸다. 그래서 ACL 부진이 더 심각했다. 아무리 시장을 개척해도 경기력이라는 '상품의 질'이 떨어지면 소용없는 노릇이다. 화려한 J리그 내에서의 모습과 달리 국제무대에선 약체인 '우물안 개구리'를 높게 평가할 고객은 없었다. 행정력 약화도 지적됐다. 일본은 그동안 아시아축구연맹(AFC) 스폰서십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자국 기업을 등에 업고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하지만 성적이 나지 않는 리그를 앞세워 행정을 주도할 순 없다. 일본축구협회가 ACL 출전팀에게 경기 분석관 파견 및 원정비용 부담 뿐만 아니라 성적에 따른 수당까지 구단에 지원하기로 한 것은 '아시아 최강'이라는 명예 뿐만 아니라 그 속에 숨은 '실리'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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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와와 J리그가 아직 '아시아 챔피언'이 된 건 아니다. 중동 최강으로 통하는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과의 결승전이 기다리고 있다. 비원의 우승이 가져올 파급효과는 막대하다. 'ACL 트라우마'를 날린 것은 물론, 관심을 환기시키면서 ACL을 향한 의욕을 더 키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성적까지 동반되면 '투자→성적→수익→투자'라는 궁극의 선순환 구조도 완성된다.
'축구굴기'는 예전만 못하다. 화려한 선수-지도자에게 중국 특유의 '만만디(慢慢的·행동이 굼뜨거나 일의 진척이 느림을 이르는 말)'가 전염됐다. 카를로스 테베즈(아르헨티나)는 불성실한 태도로 경기 때마다 야유를 받고 있고 오스카 역시 비슷한 이유로 시선이 곱지 않다. '쩐의 환상'에서 깨어난 스타 대부분이 조만간 중국을 떠날 분위기다. 중국 축구계는 부작용을 인지하고 최근 강력한 유스 육성 정책을 시작했다. 향후 수 년간 폭발적인 투자보다 내실을 다지는데 집중할 전망이다. 수 년째 한파를 겪고 있는 K리그는 내년부터 각 구단의 투자가 대폭 감소할 것이라는 풍문까지 돌면서 뒤숭숭한 분위기다.
우라와의 ACL 결승행은 '승리'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한국→중국 순이었던 동아시아 축구의 중심축은 이제 일본으로 이동하고 있다.
스포츠2팀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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