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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경의 J사커]우라와 ACL 결승행, 동아시아 축구 중심축이 이동했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7-10-19 15:59


◇우라와는 열세가 예상됐던 상하이 상강과의 4강전에서 종합전적 1승1무의 '이변'을 쓰며 10년 만에 ACL 결승에 올랐다. ⓒAFPBBNews = News1

열도가 환호하고 있다.

우라와 레즈가 2017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결승에 올랐다. J리그 팀이 ACL 결승에 오른 것은 지난 2008년 감바 오사카의 우승 이후 9년 만이다. 2007년 대회 우승을 차지했던 우라와는 꼬박 10년 만에 결승에서 'V2'를 노리게 됐다.

환호할 만한 상대였기에 기쁨도 두배다. 우라와가 4강에서 만난 팀은 상하이 상강(중국)이다. 유럽 명문팀을 두루 거친 안드레 비야스-보아스 감독 뿐만 아니라 오스카, 헐크(이상 브라질)를 거느린 상하이는 광저우 헝다와 함께 '중국 축구굴기'의 양대산맥이다. 우라와는 이런 상하이를 상대로 원정 1차전 1대1 무승부, 2차전에서는 무실점 승리를 거뒀다. 일본 현지 언론들은 '영혼의 수비에 (상하이 상강이) 셧아웃(Shout out)!', '상하이 150억엔(약 1500억원·오스카와 헐크의 이적료 합계) 공격수들을 봉쇄했다!'며 찬사일색이다. 헐크를 전담 마크한 일본 대표팀 수비수 마키노 도모아키를 두고도 '헐크에게 듀얼(Duel·프랑스어로 결투를 의미) 전승!'이라는 평가를 내놓으며 '이날 경기를 지켜본 바히드 할릴호지치 대표팀 감독을 웃게 했다'고 적었다.

지난 10년 간 일본 축구는 가을만 되면 숨죽였다. 스스로 '아시아 최강 리그'라고 자부했으나 10년 동안 ACL에서 얻은 성과는 초라했다. 16강조차 통과하지 못하는 해가 부지기수였다. '한 수 아래'라며 외면했던 K리그(5회), 슈퍼리그(2회)의 잇단 우승 소식은 더 속을 쓰리게 만들었다. ACL 소식은 한동안 일본에선 '관심밖'이었다.

더 복잡한 문제도 숨어 있었다. J리그는 수 년째 동남아를 넘어 유럽까지 TV중계권을 판매하는 '팽창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엔 영국계인 퍼폼그룹에 10년간 2100억엔(약 2조1000억원)에 중계권 계약을 맺는 '잭팟'도 터뜨렸다. 그래서 ACL 부진이 더 심각했다. 아무리 시장을 개척해도 경기력이라는 '상품의 질'이 떨어지면 소용없는 노릇이다. 화려한 J리그 내에서의 모습과 달리 국제무대에선 약체인 '우물안 개구리'를 높게 평가할 고객은 없었다. 행정력 약화도 지적됐다. 일본은 그동안 아시아축구연맹(AFC) 스폰서십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자국 기업을 등에 업고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하지만 성적이 나지 않는 리그를 앞세워 행정을 주도할 순 없다. 일본축구협회가 ACL 출전팀에게 경기 분석관 파견 및 원정비용 부담 뿐만 아니라 성적에 따른 수당까지 구단에 지원하기로 한 것은 '아시아 최강'이라는 명예 뿐만 아니라 그 속에 숨은 '실리' 때문이다.


◇레알 마드리드와의 2016년 FIFA클럽월드컵 결승에서 멀티골을 쏘아올린 시바사키 가쿠(오른쪽 두번째)는 활약에 힘입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진출에 성공했다. ⓒAFPBBNews = News1
J리그 팀들에겐 ACL은 '보너스'와 같은 대회였다. '니폰이치(日本一·일본제일)'로 부르는 특유의 국내 성과 중심주의가 영향이다. 이런 J리그 팀들을 깨운 것은 지난해 개최했던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이었다. 개최국 리그 우승팀 자격으로 대회에 나선 가시마가 결승까지 치고 올라가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와 연장혈투 끝에 준우승을 차지했다. 최대 60억원에 이르는 클럽월드컵의 상금도 중요하지만 J리그 팀들은 '강팀과의 진검승부'라는 동기부여에 더 자극된 모습이다. 올해 ACL에 출전한 J리그 4팀 모두 '아시아 챔피언 자격으로 클럽월드컵 출전'을 목표로 내건 점도 이를 방증한다.

우라와와 J리그가 아직 '아시아 챔피언'이 된 건 아니다. 중동 최강으로 통하는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과의 결승전이 기다리고 있다. 비원의 우승이 가져올 파급효과는 막대하다. 'ACL 트라우마'를 날린 것은 물론, 관심을 환기시키면서 ACL을 향한 의욕을 더 키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성적까지 동반되면 '투자→성적→수익→투자'라는 궁극의 선순환 구조도 완성된다.

'축구굴기'는 예전만 못하다. 화려한 선수-지도자에게 중국 특유의 '만만디(慢慢的·행동이 굼뜨거나 일의 진척이 느림을 이르는 말)'가 전염됐다. 카를로스 테베즈(아르헨티나)는 불성실한 태도로 경기 때마다 야유를 받고 있고 오스카 역시 비슷한 이유로 시선이 곱지 않다. '쩐의 환상'에서 깨어난 스타 대부분이 조만간 중국을 떠날 분위기다. 중국 축구계는 부작용을 인지하고 최근 강력한 유스 육성 정책을 시작했다. 향후 수 년간 폭발적인 투자보다 내실을 다지는데 집중할 전망이다. 수 년째 한파를 겪고 있는 K리그는 내년부터 각 구단의 투자가 대폭 감소할 것이라는 풍문까지 돌면서 뒤숭숭한 분위기다.


우라와의 ACL 결승행은 '승리'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한국→중국 순이었던 동아시아 축구의 중심축은 이제 일본으로 이동하고 있다.


스포츠2팀 기자 ppark@sportschosun.com


◇J리그는 2007년 우라와, 2008년 감바 오사카가 잇달아 ACL을 제패하며 황금기를 달렸다. 10년 만에 다시 결승을 밟은 우라와가 이를 재현해주길 바라는 눈치다. ⓒAFPBBNews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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