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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전, 머리가 깨지더라도 경기를 이긴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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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연은 올시즌 소속팀 첼시의 유럽챔피언스리그 4강행을 이끌었다. 지난달 22일 몽펠리에와의 8강 1차전(2대0승)에서 결승골을 넣었고, 29일 2차전(3대1승)에선 특유의 기민한 몸놀림으로 직접 페널티킥을 유도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미국, 프랑스리그 등의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목표로 2014시즌 이후 영국 첼시를 5년째 지켰던 그녀가 또 하나의 꿈에 바짝 다가섰다. 좋은 컨디션에서 아시안컵에 합류한 만큼 어느 때보다 분위기도 좋다.
지소연은 "팀에서 좋은 분위기를 갖고 대표팀에 왔다. 이 분위기를 대표팀까지 이어가서 꼭 월드컵 티켓을 따겠다"고 다짐했다. "월드컵에 가려면 일단 5등안에 들면 되지만, 우리도 이제 많이 올라섰고, 한국 여자축구의 자존심이 있다. 초반 2경기 안에서 확정짓고 싶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호주, 일본전에서 1승1무 이상으로 월드컵 2회 연속 진출을 조기 확정짓고 싶다. 베트남 축구도 많이 좋아졌다. 마지막 3차전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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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전적 2승1무12패가 말하듯 '아시아 최강' 호주는 한국에게 늘 시련의 상대였다. 호주에게 마지막으로 이긴 2010년 피스퀸컵 결승전(2대1승), 지소연도 그날, 그 그라운드에 있었다. "국가대표가 된 후 2010년 피스퀸컵 때 호주를 딱 한번 이겨봤다. 호주를 꺾고 우승했다. 이후로 호주 여자축구가 많이 성장했다. 8년전 승리를 떠올려보면 일단 찬스가 났을 때 결정력이 높았다. 홈 이점도 있었다. 운도 따랐고, 그라운드에서 모든 것이 잘 맞아떨어졌다"고 떠올렸다. 윤덕여호는 4년전 베트남아시안컵 준결승에서 호주한테 1대2로 지면서 1~3위팀에 주어지는 2018년 대회 자동출전권을 놓쳤다. 프랑스월드컵 출전권이 걸린 요르단아시안컵에 나서기 위해 지난해 북한 평양에서 열린 예선전을 치르며 돌아돌아 여기까지 왔다. 모진 시련을 겪었다. 지소연은 "이번에는 우리가 호주에게 시련을 주고 싶다"고 했다. 아시아 최강, 세계랭킹 6위 호주 여자축구에 대한 존중도 잊지 않았다. "호주 때문에 매번 힘든 대회를 치르지만 호주 덕분에 아시아 여자축구의 수준이 전체적으로 올라가고 우리도 이런 세계적인 팀들과 경기하면서 대등해진다."
영국 WSL,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매경기 체격 조건이 우월한 선수들과 맞서 싸워야하는 지소연에게 남자 못지 않은 피지컬을 지닌 호주 선수들에 맞설 방법을 물었다. "평소 함께 뛰는 선수들이 호주 선수들 같다. 우리가 그런 선수들을 상대하려면 일단 판단이 빨라야 하고 지능적으로 볼을 차야 한다. 힘, 스피드로는 이길 수 없다. 우리가 갖고 있는 세밀함, 빠른 패스플레이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답했다.
이날 세트피스 수비 훈련에 대해 지소연은 "우리 세트피스 수비가 약한 부분을 집중훈련하고 있다. 호주 선수들이 물론 크다. 하지만 크다고 지면 안된다. 머리가 터지든, 코피가 나든 어디가 찢어지더라도 골을 막고 나서 경기를 이긴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라며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평양에서 북한을 상대할 때 죽을 각오로 뛰었듯이 모든 선수들이 첫경기, 호주전의 중요성을 잘 안다. 잘 풀어서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센추리클럽 가입까지 13년의 국가대표 축구인생에서 지소연이 꼽은 최고의 '인생경기'는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대만전 데뷔골이다. '16세 막내' 지소연의 A매치 최연소 득점(15세282일), 멀티골 활약에 힘입어 2대0으로 승리했다. 지소연은 "도하아시안게임, 대만전 데뷔골 경기가 기억에 남는다. 요르단아시안컵 100경기에서 호주를 이긴다면 그날을 뛰어넘는 '인생경기' 될 것같다"며 눈을 빛냈다.
암만(요르단)=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