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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한 황선홍 감독과 박주영이 조금 더 친밀했더라면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8-04-30 22:20


황선홍 감독과 박주영 스포츠조선

황선홍 감독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결국 FC서울 황선홍 감독(50)이 물러났다.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FC서울 선수단은 30일 구리 챔피언스파크에서 주중 경남 원정 대비 오후 훈련을 가졌다. 황선홍 감독이 선수단을 여느 때와 똑같이 지도했다. 그러나 이미 서울 구단과 황 감독은 작별을 결정한 상태였다. 황 감독은 전혀 내색없이 팀의 마지막 훈련을 지도했다. 구단은 황 감독에게 마지막 훈련까지 정상적으로 팀을 이끌어 달라고 요청했다. 황 감독은 프로답게 중도 사퇴지만 구단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FC서울은 30일 밤 황선홍 감독이 하루 전 구단에 사의를 밝혀왔고, 고심 끝에 사임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 구단 고위 관계자는 "구단에서 황 감독의 사임 의사를 만류했다. 그렇지만 황 감독이 너무 힘들다고 해서 도저히 막을 수 없었다. 구단도 더이상 만류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은 이번 시즌 극도로 부진했다. 지난 10경기에서 승점 10점(2승4무4패)으로 30일 현재 9위에 머물러다. 서울은 지난 28일 홈에서 상주 상무와 무득점으로 비겼다. 또 황 감독은 구단 간판 얼굴 박주영과도 마찰을 빚었다. 박주영은 최근 자신의 SNS 글을 통해 황선홍 감독의 지난 2년을 비판하는 뉘앙스를 풍겼다. 일부 서울팬들도 황 감독의 선수 리빌딩과 성적 부진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황 감독은 서울 이전 포항 스틸러스에서 2013년 K리그 정규리그 우승과 FA컵 우승으로 더블을 이뤘다. 당시 황 감독은 이명주 고무열 김승대까지 내리 3년 연속 신인상을 배출하기도 했다.

황 감독은 2016년 6월 최용수 감독 후임으로 서울 사령탑에 올랐다. 그리고 그해 바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그렇지만 그 공은 황 감독에게 돌아가지 않았다. 최용수 감독이 만든 팀에 그냥 숟가락만 올렸다는 평을 들었다. 또 그해 전북 현대가 심판 매수 논란에 휩싸여 승점 감점까지 당해 황 감독의 지도력이 상대적으로 덜 빛났다.

서울은 지난해 정규리그 5위로 부진했다. 그리고 올해 서울은 대대적인 리빌딩에 들어갔다. 데얀 오스마르 윤일록이 팀을 떠났다. 이명주 주세중이 군입대했다. 현재 서울엔 에반드로 안델손 고요한 신진호 등이 공격을 이끌고 있다.

황 감독의 서울 구단 재임은 결과적으로 실패로 막을 내렸다. 황 감독은 지도자로서 매력적인 인물이다. 전문가들은 "황 감독은 항상 K리그의 미래를 고민했다. 팀의 문제점을 찾아 해결책을 찾으려고 연구했다"면서 "하지만 서울 선수들과 잘 융화되지 못했다. 황 감독과 친밀도가 떨어진 서울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황 감독이 요구하는 축구를 구현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박주영이 야기한 SNS 글 논란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FC서울 새 지휘봉을 잡은 이을용 감독대행(43)은 30일 구단 수뇌부를 만났다. 그 자리에서 황선홍 감독의 후임 제안을 받고 수락했다. 일단은 감독대행이다. 그는 "아직 많은 얘기를 할 준비는 안 됐다. 일단 하나씩 해나가겠다. 최선을 다해 우리 FC서울의 자존심을 다시 세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구단은 이을용 감독대행을 이번 위기를 극복할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서울 구단 고위 관계자는 "이을용 감독대행은 서울 구단을 잘 알고 있고 또 선수들과의 유대 관계도 좋다. 위기를 잘 이겨낼 수 있는 지도자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을용 감독대행은 5월 2일 경남 원정부터 벤치에 앉아 지휘봉을 잡는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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