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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고민은 수비였다.
오반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반석은 말그대로 깜짝 발탁이었다. 오반석은 단 한번도 A대표팀에 발탁된 적이 없다. 국내파를 최종적으로 실험했던 지난해 12월 동아시안컵과 올 1월 터키전지훈련에서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전문가들의 예상에서도 한번도 거론된 적이 없다. 신 감독이 그런 오반석을 막판 깜짝 발탁한 배경에는 '스리백'이 있다.
오반석의 소속팀 제주는 지난 시즌부터 올 시즌까지 스리백을 수비 전술로 택하고 있다. 매 시즌 많은 실점으로 고생하던 제주는 스리백 도입과 함께 짠물 수비로 거듭났다. 오반석은 그 스리백의 핵심이다. 스피드와 빌드업은 다소 떨어지지만, 공중볼과 투쟁력, 측면 장악력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물론 포백도 소화할 수 있지만, 스리백에 능한 오반석을 발탁했다는 것은 스리백이 플랜A로 올라설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 감독 역시 "센터백 선수들을 많이 뽑은 것은 3백과 4백을 같이 들고 가기 위해서다. 경쟁을 하면서 조직력을 최대한 끌어 올려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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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신 감독의 성향에 힌트가 있다. 지난 2016년 리우올림픽과 2017년 U-20 월드컵을 볼 필요가 있다. 신 감독은 두 대회에서 모두 수비진을 대거 선발했다. 리우올림픽에서는 센터백 자원 5명과 윙백 3명, 총 8명을, U-20 월드컵에서는 센터백 자원 5명에 윙백 자원 4명, 총 9명을 선발했다. 모두 정확히 골키퍼를 제외한 필드플레이어, 절반에 달하는 숫자였다. 연령별 대회인 리우올림픽은 골키퍼 2명 포함 18명, U-20월드컵은 골키퍼 3명 포함 21명을 엔트리로 한다.
신 감독은 센터백을 특수 포지션으로 여긴다. 다른 포지션과 달리 전문가가 아니면 소화가 어렵다는 생각에서다. 월드컵에서도 그 성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강호들과 맞붙어야하는 만큼 상황에 따른 맞춤형 수비 전술이 중요하다. 스리백이든, 포백이든 어떤 선택을 하든지, 일단 다양한 센터백 자원을 확보해둘 가능성이 높다.
또 하나, 멀티플레이어의 존재다. 신 감독은 이번 최종엔트리를 발표하며 박주호(울산)와 고요한(서울)을 수비수로 분류했다. 둘은 윙백은 물론 중앙 미드필더와 윙까지 소화할 수 있다. 둘을 선발할 경우, 미드필드 숫자를 줄일 수 있다. 늘어난 센터백 숫자를 상쇄할 수 있다. 만약 왼쪽에 김민우(상주) 박주호, 오른쪽에 고요한 이 용(전북)이 선발된다면, 스리백시에는 김민우 고요한, 포백시에는 박주호 이 용이라는 이원화도 가능해진다. 물론 왼쪽은 김진수(전북)의 회복여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