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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심 권종철(55)은 한국을 대표하는 '그라운드의 포청천'이었다. K리그 최우수심판을 넘어 아시아 축구까지 대표하는 명판관이었다.
그라운드를 떠났지만 그는 변함이 없다. 가지런히 빗어넘긴 헤어스타일과 늘 웃고 있는 한결같은 얼굴이 친근하다. 권 사장은 최근 AFC 경기 감독관으로 중동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를 다녀왔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알 자지라-페르세폴리스)을 관전하고 왔다. 은퇴한 심판인 그는 요즘도 AFC 심판강사 겸 감독관으로 축구와의 연을 이어가고 있다. 아시아 심판들을 가르치고 평가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이다.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심판을 평가하는 '리쿠르팅 리포트'도 작성하고 있다.
그는 심판으로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1989년 심판에 입문, K리그 300경기 이상, 국제경기 100경기 이상 출전했다. FIFA 국제심판으로 1995년부터 2007년까지 활동했다. 은퇴 이후엔 심판 행정가로 변신, KFA 심판위원장(2010~2013년), 동아시아연맹 심판위원장(2011~2014년)을 두루 역임했다. 우리나라 축구 심판계에서 이렇다 할 구설수에 오르지 않았던 심판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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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러시아월드컵 본선에서 VAR(비디오판독) 판정이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FIFA는 오심 판정을 줄이기 위해 처음으로 VAR을 올해 러시아월드컵 본선에 적용하기로 했다. 이미 지난해 국내에서 열렸던 FIFA 20세이하 월드컵에서 VAR을 시험 가동했고 호평을 받았다. 권종철 사장은 "VAR을 이미 경험해본 우리나라 선수들에게는 유리할 것이다. 조별리그에서 VAR로 인한 퇴장 선수가 많이 나올 것 같다. K리그도 올해 퇴장자가 확 증가했다. 그동안 퇴장이 아니었던 불필요한 동작이 VAR로 보면 상당수 퇴장감으로 보일 수 있다. 처음엔 퇴장이 늘었다가 16강부터 줄 것 같다"고 말했다.
VAR은 FIFA의 이번 월드컵 강조사항이기도 하다. 권 사장은 "VAR은 심판의 권한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여러 면에서 도움이 된다. 이제 장비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나도 교육을 받고 있다. VAR은 최소한의 간섭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거두면 그만이다. 남용은 금물이지만 결정적일 때 사용하면 큰 실수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 VAR이 더욱 진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주심이 VAR 모니터를 보기 위해 터치라인 쪽으로 달려가는 시간 낭비도 하지 않고 휴대가능한 모니터가 나올 것 같다고 했다.
명판관에서 성공한 사업가로 멋지게 변신한 권종철 사장. 그의 시선은 여전히 한국축구 발전과 후배 축구인들의 성장에 맞춰져 있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