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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는 민족주의와 가장 잘 결합된 스포츠다.
하지만 최근 순혈주의가 흔들리고 있다. 1990년대 월드컵에서 귀화선수들이 하나둘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민자 출신 선수들도 나왔다. 기폭제는 1998년 프랑스월드컵이었다. 1990년 이탈리아, 1994년 미국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한 프랑스는 다비드 트레제게(아르헨티나), 패트릭 비에이라(세네갈), 마르셀 드사이(가나) 등 이민자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이가 아프리카 알제리계 이민자 출신인 지네딘 지단이었다. 지단은 프랑스를 월드컵 우승으로 이끌며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지단은 프랑스 사회를 흔들었던 이민자와 자국민 사이의 극심한 갈등을 넘어 이뤄낸 사회통합의 상징이었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감싸면서 비난을 무마시켰지만, 대표팀이 사상 첫 조별리그에 탈락하며 외질은 다시 한번 비판의 중심에 섰다. 외질과 귄도안이 대표팀의 분위기를 무너뜨렸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외질은 이 전에도 국가 제창에 나서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외질은 대회 후 "내 심장은 두 개다. 하나는 독일인의 심장, 하나는 터키인의 심장"라며 "내 직업은 축구선수이지 정치인이 아니다. 정치나 선거와는 아무 상관 없는 사진"이라고 했지만, 여론은 악화됐다.
결국 외질은 대표팀 은퇴라는 강수를 뒀다. A매치 93경기에 나선 독일의 핵심 미드필더 외질은 자신의 SNS에 그동안 겪어왔던 설움과 함께 이슬람 문화에 적대적인 반응을 보여온 라인하르트 그린델 독일축구협회장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그대로 담으면서 독일 대표팀 유니폼 반납을 선언했다. 그는 '전 세계에 많은 선수가 이중 국적을 가진 상황에서 축구계는 인종차별의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며 '그동안 자부심을 느끼며 독일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지만 지금은 그러고 싶지 않다. 독일 팬들과 코칭스태프, 팀 동료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쳐왔던 만큼 은퇴 결정은 어려웠다'고 했다.
외질의 이번 결정으로 독일 대표팀의 방향성이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여전히 이민자들에 대한 불편한 시선이 있는 가운데, 이민계 선수들 역시 외질의 뜻과 함께한다면 그간 단단한 팀워크를 무기로 했던 독일의 강점이 사라질 수도 있다. 과연 최악의 위기를 맞은 독일은 어떻게 이 사태를 넘길까. 순혈주의 타파 흐름의 중요한 변수를 맞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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