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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0대0 무승부를 생각하던 후반 46분.
페널티 박스 안에서 기회를 엿보던 베테랑의 발끝이 번뜩였다. 디에고가 오른쪽을 돌파하며 내준 볼을 전매특허 같은 벼락슛으로 수원의 골망을 갈랐다. 5경기 무승(2무3패)의 수렁을 날려버리는 천금 같은 골이었다. 골의 주인공은 정조국(34)이었다.
정조국도 모처럼 웃었다. 경기 내내 수원을 밀어붙이던 강원은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김병수 감독은 후반 35분 정조국 카드를 꺼냈다.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 정조국은 끝내 결승골까지 넣었다. 3월11일 서울과의 2라운드(2대1 강원 승)에서 득점에 성공하며 쾌조의 스타트를 보였던 정조국은 이후 크고 작은 부상의 늪에서 허덕였다. 그 사이 제리치는 팀의 주포로 자리매김했다. 이근호(울산)가 팀을 떠났지만, 정조국은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렇게 정조국은 잊혀지는 듯 했다.
하지만 정조국은 속으로 칼을 갈고 있었다. 그는 "개인적으로 크고 작은 부상들이 이어지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20대였으면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도 있었겠지만, 경험도 충분히 쌓았고 위기를 이겨낼 노하우가 있다. 기회만 있다면 골을 넣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했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김병수 감독의 믿음도 큰 힘이 됐다. 정조국은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감독님이 중간에 들어오시면서 원하는 축구 대신 선수들에 맞춰주시더라. 의견도 많이 물으시고 소통도 많이 하셨다. 감독님이 나의 역할이 있을 것이라 했다. 믿고 내 장점을 보여줄 수 있도록 준비를 했다"고 했다.
결정적인 순간 부활한 정조국. 공교롭게도 올 시즌 그가 골을 넣을때마다 강원은 승리를 챙겼다. 정조국은 "어렸을때부터 운이 좋게 결승골을 많이 넣었다"고 웃었다.
강원도 힘을 얻게 됐다. 상위 스플릿 진출에 올인 중인 강원은 제리치-디에고-정조국이라는 확실한 삼각편대를 구축하게 됐다. 전북, 포항, 울산 등을 남겨둔 강원 입장에서 정조국의 부활은 그야말로 천군만마다. 김 감독은 "정조국은 항상 우리팀의 확실한 득점원이다. 부상 때문에 훈련을 많이 하지 못했다. 이제는 몸도 만들었기에 무기가 될 수 있다. 정조국에게는 고마움 느끼고 축하한다고 하고 싶다"며 "현재 투톱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제리치가 체력적으로 힘들면 정조국이 선발로 나설 수도 있다. 오늘 경기를 통해 제리치-디에고-정조국이라는 공격 카드를 꺼낼 수 있는 확신이 섰다. 그런 부분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했다.
정조국은 지금부터라고 했다. 정조국은 "매순간 매순간 최선을 다할 것이다.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계속 있었다. 앞으로도 이 자신감을 갖고 경쟁에 임할 것"이라며 "지금은 개인 보다는 팀을 생각할 때다. 험난한 길이 남았지만 준비를 잘하고, 고참으로 팀의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춘천=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