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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제주가 웃었다.
운명은 33라운드에서 갈렸다. 제주는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서울과, 강원은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울산과 만났다. 제주가 유리한 상황이었다. 제주는 32라운드에서 경남을 1대0으로 꺾고 승점 41로 6위에 올랐다. 강원은 승점 39로 7위다. 제주가 승리하거나, 강원이 지면 무조건 제주가 올라갔다. 하지만 제주가 비길 경우에는 상황이 복잡해졌다. 강원이 비기면 제주가 올라가지만, 강원이 승리하면 다득점에 앞서 강원이 6위가 됐다. 누구도 안심할 수 없었다.
경기 전 만난 조성환 제주 감독은 "2015년 생각이 난다"고 했다. 조 감독의 부임 첫 해이기도 했던 2015년, 제주는 극적으로 상위스플릿에 진출했다. 당시 제주는 승점 45의 인천에 승점 2 뒤져 있었지만, 33라운드에서 드라마를 썼다. 종료 2분 전 터진 로페즈의 극적인 결승골로 '최강' 전북에 3대2로 승리하고, 인천이 성남에 0대1로 패하며 기적 같은 그룹A행에 성공했다. 유리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상황은 2015년만큼 좋지 않았다. 주중 FA컵에서 수원에 아쉽게 승부차기 끝에 패했다. 조 감독은 "선수들의 체력이 걱정"이라고 했다. 공교롭게도 맞상대 서울은 이날 최용수 감독이 복귀전을 치렀다. 최 감독은 제주에 무척 강했다. 조 감독은 "상대가 어떻든 우리 경기를 펼치는 것이 중요"라고 힘주어 말했다.
제주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끝내 자력으로 상위스플릿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후반 37분 김남춘의 볼을 가로챈 찌아구가 오른발슛으로 결승골을 넣었다. 제주 팬들도, 벤치도 아껴뒀던 함성을 폭발시켰다.
결국 제주-서울전은 1대0, 강원-울산전은 0대2로 마무리됐다. 제주는 4시즌 연속 상위스플릿행의 기쁨을 맛봤다. 강원은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역대급 6위 싸움은 제주의 미소로 마무리됐다.
제주=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