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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포커스]벤투호는 아직 단 한번도 지지 않았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9-01-24 06:20


한국과 바레인의 2019 AFC 아시안컵 16강전이 22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경기 전 국민의례를 하는 벤투 감독과 선수단의 모습. 두바이(아랍에미리트)=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9.01.22/

[두바이(아랍에미리트)=박찬준 기자]아시안컵에 나선 벤투호의 항해가 불안하다.

기대와는 영 딴판이다. 지난해 8월 부임한 파울루 벤투 감독은 빠르게 연착륙했다. 9월 코스타리카, 칠레와의 평가전을 시작으로 출범한 벤투호는 벤투식 지배하는 축구가 빠르게 뿌리내리며 호평을 받았다. 11월 호주 원정 평가전까지 6번의 경기(3승3무)에서 한 번도 지지 않았다. 역시 초반 무패행진을 이어갔지만, 약체 위주의 경기였던 울리 슈틸리케 감독 시절과 달리, 벤투호는 강호 우루과이, 칠레에게도 패하지 않았다.

당연히 59년만의 아시안컵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다. 하지만 대회 개막 전부터 벤투 감독이 만든 틀에 조금씩 균열이 찾아왔다. 핵심 미드필더 남태희(알 두하일)이 부상으로 쓰러진 것을 시작으로 선수단에 크고 작은 악재가 겹쳤다. 마지막 담금질이었던 1일 사우디전에서는 왼쪽 라인이 부상으로 붕괴되며 한번도 시도하지 않은 변형 스리백 카드를 꺼내야 했다.

필리핀과의 1차전이 열리기 하루 전 나상호(광주)가 부상 낙마한데 이어, 필리핀전에서는 핵심 자원인 기성용(뉴캐슬)과 이재성(홀슈타인 킬)이 쓰러졌다. 기성용은 이 부상으로 끝내 소속팀으로 복귀했고, 이재성도 아직까지 회복하지 못했다. 정승현(가시마) 권경원(톈진 텐하이) 이청용(보훔) 황인범(대전)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등 몸상태가 좋지 않아 훈련에 불참한 선수는 열거가 어려울 정도다. 부상자에 컨디션 저하까지 겹친 벤투호는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펼치고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2019 AFC 아시안컵 16강전 바레인전을 앞두고 19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나스 스포츠 컴플렉스에서 훈련을 펼쳤다. 훈련을 지켜보는 벤투 감독의 모습.두바이(아랍에미리트)=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9.01.19/
여기에 각종 논란까지 이어졌다. 이승우(헬라스 베로나)는 벤투 감독의 선수 기용에 불만을 품고 물병을 걷어찼고, 핵심 수비수 김민재(전북)는 이적설로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 선수단 뿐만 아니라 대표팀을 지원하는 의무팀까지 도마에 올랐다. 벤투 감독이 "한번도 지지 않았는데도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지면 도대체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궁금하다"고 했을 정도다.

지금까지 열거한 이야기만 놓고보면, 벤투호는 문제 투성이, 최악의 팀이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벤투호가 아직까지 단 한차례도 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벤투호는 이번 대회에서도 4연승을 달리고 있다. 바레인과의 16강전에서 연장까지 가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겼다. 물론 아시안컵에 처음 출전한 필리핀, 키르기스스탄은 한국의 상대가 되지 않는 팀이다. 중국, 바레인 역시 마찬가지다. 강하지 않은 상대라 하더라도,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계속 승리를 챙기고 있다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

지면 탈락인 토너먼트에서 어떻게든 승리를 챙기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물론 내용부터 압도하며 승리하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대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과다. 위로 올라갈수록 승리를 만들어주는 것은 압도적인 경기력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믿음, 그리고 승리의 DNA다. 물론 우승을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점은 여전히 많다. 벤투 감독은 공을 점유하는, 일괄된 철학으로 대회에 임하고 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주축들이 날카로움을 잃어버린 지금, 경기력이 드라마틱하게 반전될 가능성은 현재로서 높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위기에도 불구하고 이길 수 있는 힘, 그게 바로 59년만의 아시안컵을 가져올 수 있다. 벤투호는 매 경기 승리하고 있다. 이 힘은 생각보다 크다. 그래서 더 응원을 보냈으면 좋겠다. 비판은 대회가 끝난 뒤 해도 늦지 않다.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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