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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호, 이강인은 '손흥민 딜레마'를 풀 키를 쥐고 있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9-03-13 05:35



지난 몇년간 한국축구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손흥민 활용법'이었다.

손흥민은 한국축구가 보유한 보물이다. 그의 능력은 설명이 필요없다. 세계 최고의 무대로 평가받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도 정상급 공격수로 평가받고 있다. 올 시즌 EPL 올해의 선수상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강력한 슈팅력을 지닌 손흥민은 매 시즌 두자릿수 득점을 쏘아올리고 있다.

문제는 축구종가에서도 통하는 득점력이 대표팀만 오면 반감된다는 점이다. '손흥민 딜레마'는 파울루 벤투 감독 부임 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손흥민은 벤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단 한골도 넣지 못했다. 주장 완장을 찬 손흥민은 도우미로 변신해 팀에 기여했지만, 우리가 손흥민에게 기대하는 것은 역시 골이다. 벤투호는 손흥민의 부진 속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아시안컵에서 8강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벤투호는 아시안컵 실패를 딛고 2022년 카타르월드컵을 향해 다시 뛴다. 벤투 감독이 가장 먼저 해결할 숙제는 역시 '손흥민 활용법'이다. 우리가 가진 최고의 무기를 잘 활용해야 예선 통과는 물론, 본선에서의 선전도 노려볼 수 있다. 벤투 감독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 그는 "손흥민 활용법은 항상 고민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손흥민이 대표팀에서 부진한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분석이 있다. 그 중 가장 많이 지적되는 부분이 손흥민의 포지션이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최대한 공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투톱 혹은 원톱, 측면에 기용되더라도 골문에 가까운 위치에서 뛴다. 득점을 노리기에 좋은 위치다. 반면 벤투 감독은 손흥민을 4-2-3-1 포메이션에서 왼쪽 미드필더 혹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하고 있다. 황의조(감바오사카)라는 확실한 스코어러가 등장하며, 손흥민은 득점 보다는 경기를 풀어가는데 초점을 맞춘다. 손흥민은 연계에서 많은 발전을 보여 미드필드 위치에서도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골문에서 멀어진만큼 그의 폭발적인 득점력은 그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손흥민을 최전방으로 올리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손흥민을 올린다고 하면, '누가 손흥민에게 볼을 공급해줄 것인가'하는 또 다른 고민이 생긴다. 손흥민은 탁월한 스프린트 능력을 앞세워 뒷공간을 침투하는 것을 즐긴다. 빠르게 침투한 뒤 탁월한 슈팅력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주루트다. 소속팀에서는 이 타이밍에 맞춰 볼을 찔러 줄 수 있는 크리스티안 에릭센이라는 특급 도우미가 있다. 하지만 대표팀에서는 에릭센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대표팀 내 최고의 패싱능력을 자랑하는 기성용(뉴캐슬)마저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그런 의미에서 '슛돌이' 이강인(발렌시아)의 등장은 반갑다. 벤투 감독은 11일 볼리비아(22일 울산월드컵경기장), 콜롬비아(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와의 3월 A매치에 나설 27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많은 이슈를 낳았던 '한국축구의 미래' 이강인을 전격적으로 발탁했다. 만 18세20일인 이강인은 역대 일곱번째로 어린 나이로 A대표팀에 발탁된 선수가 됐다. 이강인의 재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벤투 감독은 "기술적으로 아주 좋은 능력을 갖고 있다. 충분히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재능을 가졌다"고 했다.

이강인의 가장 큰 장점은 패스다. 체력적인 부분, 체격적인 부분, 경험적인 부분에서는 아직 더 발전이 필요하지만, 탁월한 센스와 시야, 기술을 바탕으로 한 패스만큼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이강인이 발렌시아 1군 입성 후 최고의 모습을 보인 지난 1월 헤타페와의 코파델레이(스페인 국왕컵) 8강 2차전이 대표적이다. 공격포인트를 올리지는 못했지만, 이강인은 기가 막힌 왼발 스루패스와 크로스로 두 골을 만드는데 일조했다. 타이밍까지 모두 월드클래스 급이었다. 이 패스가 대표팀에서도 나올 수 있다면 손흥민 딜레마는 생각보다 쉽게 풀릴 수 있다.


이강인은 과연 손흥민의 새로운 도우미가 될 수 있을까. '한국축구의 현재' 손흥민과 '한국축구의 미래' 이강인은 축구팬이라면 한번쯤 상상한 '꿈의 조합'이다. 기대보다 빨리 만난 둘이 만들어 낼 시너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진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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