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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인터뷰]'왼발 레전드' 염기훈의 선언, "앞으로 10골 가능. 올해 80-80 도전!"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9-04-07 17:05


수원 삼성 주장 염기훈(가운데)이 7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강원FC와의 K리그1 6라운드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왼발 프리킥으로 추가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이 골로 염기훈은 K리그 사상 두 번째 70-70클럽에 가입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 강원 수비진이 높고 견고하게 벽을 만들고, 골키퍼 김호준이 슈퍼맨처럼 날았지만 '레전드' 칭호가 붙은 그의 왼발에서 터져나온 슛은 유성처럼 빈틈을 뚫었다. 어쩌면 공에 실린 명불허전의 스피드와 파워가 없는 빈틈을 만들어낸 것일지도 모르겠다. 수원 삼성의 '레전드' 염기훈(36)이 K리그 사상 두 번째로 '70-70클럽(70골-70도움)'에 이름을 올렸다.

염기훈은 7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강원 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19' 6라운드 경기에서 1-0으로 앞서던 후반 추가시간(46분)에 상대 골지역 바로 앞쪽에서 강력한 왼발 프리킥으로 골망을 뒤흔들었다.

K리그1 통산 351번째 출전 경기에서 대기록을 달성한 염기훈은 2006년 전북 유니폼을 입고 K리그에 데뷔한 후 2007~2009년 3시즌을 울산에서 보냈다. 이어 2010년부터 10시즌 째 수원의 중심에서 활약해온 명실상부 K리그 레전드다. 백넘버 26번, 캡틴 염기훈은 수원의 심장이다. 지난 10년간 그의 왼발은 한결같이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수원에서 첫 시즌인 2010년에 1골 10도움을 기록한 염기훈은 지난 10년간 철저한 자기관리, 반듯한 프로 의식으로 꾸준한 활약을 이어왔다. 20대의 염기훈도 뛰어났지만, 30대의 염기훈은 눈부셨다. 세월을 거스르는 활약을 선보였다. 서른두 살이던 2015년 무려 8골 17도움을 기록했고, 2016년 4골15도움, 2017년 6골 11도움을 기록했다. 지난해 34경기에서 6골 4도움에 이어 올시즌에도 6경기만에 3골1도움을 기록하며 70-70클럽을 달성했다.

위기의 순간 어김없이 작렬하는 왼발, 포기를 모르는 베테랑의 눈부신 투혼, 그라운드 리더로서의 헌신…, 수원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선수 염기훈이 K리그의 역사를 썼다. 수원은 올시즌을 앞두고 염기훈과 2년 재계약하며 확고부동한 신뢰를 표했다. 가장 오래, 가장 잘하는 축구선수만이 오를 수 있는 경지, 절친 선배 이동국에 이어 사상 두 번째 70-70클럽에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다음은 대기록을 달성한 염기훈과의 인터뷰.


춘천=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수원 삼성 주장 염기훈(가운데)이 7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강원FC와의 K리그1 6라운드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왼발 프리킥으로 추가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이 골로 염기훈은 K리그 사상 두 번째 70-70클럽에 가입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역사적인 기록을 세운 소감은.

▶정말 기쁘다. 원래 기록을 달성하면 세리머니를 정말 크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강원도 지역 산불 피해를 보고 나서는 자제해야겠다고 마음을 바꿨다. 뉴스를 보고 나도 마음이 많이 아팠기 때문이다. 솔직히 기록을 의식했는데, 빨리 세우게 돼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


-프리킥으로 70호 골을 달성했다.

▶그 점 역시 기쁘다. 사실 팬들께서 SNS로 프리킥 골을 기원한다는 메시지를 많이 보내주셨다.나 역시도 올해 페널티킥을 전담으로 맡고 있지만, 그보다는 프리킥이나 필드골로 넣고 싶었다. 팬들과 내 바람이 한 마음이 돼 프리킥이 성공한 것 같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전에 프리킥 골이 가장 기쁘다고 한 적이 있는데, 그걸로 기록을 달성해서 더 기분이 좋다.

-올해 들어 골 감각이나 컨디션이 좋아보이는데.

▶정말 그렇다. 상당히 컨디션이 좋다. 하지만 회복속도가 전보다 더디다는 것도 느낀다. 감독님이 배려해주셔서 경기를 뛸 때 체력이 보충된 상태에서 뛰고 있다. 또 페널티킥도 항상 훈련 후에 개인적으로 연습하는데, 그 덕분에 실전에서 덜 긴장되는 것 같다. 오늘도 다른 경기에 비해 오후 2시 경기라서인지 붕 뜬 느낌이었고, 컨트롤도 이상했다. 감독님이 '할 수 있겠니'라고 물어보셨는데, 믿고 끝까지 뛰게 해주신 덕분에 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다. 앞으로 2시 경기에도 잘 적응해야겠다.

-초반 3연패 후 팀이 터닝포인트에 든 것 같은데.

▶그렇다고 본다. 처음 3연패 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하고 고민이 많았다. 감독님과 코칭스태프 역할도 있지만, 주장의 역할도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주위의 많은 도움 덕분에 나 스스로 다잡을 수 있었다. A매치 휴식기에 선수단 미팅을 통해 무의식적인 압박이 아닌 생각하면서 타이밍에 맞춰 압박하자는 얘기를 했다. 그 이후 리듬이 생기고, 서로 믿는 마음들이 생긴 게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동국과 '80-80' 경쟁을 하게됐는데.

▶반드시 은퇴하기 전까지 '80-80'까지 해보고 싶다. 올해 페널티킥 2골이 있지만, 14년간 프로생활을 한 가운데 득점 페이스가 매우 빠르다. 조금 욕심내고 하다 보면 가능할 것 같다. 앞으로 10골이 많아 보이지만, 달성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도전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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