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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히 말해 그간 K리그의 더비는 재미없었다.
경기 전부터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2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말의 전쟁이 펼쳐졌다. 김기동 포항 감독은 2007년 플레이오프에서 자신이 선보인 '모세의 기적' 패스를 이야기했고, 김도훈 울산 감독은 딱 한번 진 지난 시즌 동해안더비 패배의 아픔을 강조했다. 핵심은 공격축구였다. 김도훈 감독은 "한골 먹으면 2골 넣는다는 각오로 골 넣고 이기는 경기 하겠다"고 했다. 김기동 감독은 "울산 경기 봤는데 김도훈 감독 선수 시절 안빠른 것으로 알았는데 빠른 축구를 하시더라. 골 넣는 축구 하시겠다고 했는데 저희는 이기는 축구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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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용과 신진호도 약속을 지켰다. 정재용은 정말 죽어라 뛰었다. 한솥밥을 먹던 울산 형들과 몸싸움도 서슴치 않았다. 험악한 장면이 나올때마다 정재용이 있었다. 그만큼 열심히 뛰었다. 신진호는 세리머니에 성공했다. 전반 31분 김보경의 패스를 받아 멋진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한 신진호는 슬라이딩하며 김도훈 감독을 향해 거수경례를 했다. 김도훈 감독도 경례로 답했다. 울산 팬들이 열광했다.
경기는 시종 치열했다. 다만 홈팀 포항이 더 절실했다. 포항 수비진은 상대 슈팅이 나올때마다 몸을 날려 막아냈다. 역습때도 가장 빨리 달려가 공격에 가담했다. 선제골을 내준 포항은 전반 35분 이진현이 동점골을 넣었고, 후반 16분 김승대가 역전골을 폭발시켰다. 빠르면서도 정확한 역습이 돋보였다. 울산은 김인성, 김성준 등을 투입하며 동점골을 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아쉽게 동점골을 만들지 못했다. 두 차례나 골대를 맞고 나온 불운이 아쉬웠다.
161번째 동해안더비는 포항이 2대1로 웃었다. 하지만 약속을 지킨 모두가 승자였다. 물론 진짜 승자는 엘클라시코 못지 않은, 이 꿀잼 매치를 본 팬들이었다. 동해안더비처럼만 플레이하면 K리그 보지 말라해도 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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