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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정산고는 한국 여자축구에서 정말 없어서는 안될 팀이에요. 여자축구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꼭 우리 팀이 해체되지 않게 도와주세요."
김유미 감독이 이끌어온 화천정산고의 올시즌은 화려했다. 전국여자축구선수권, 한국여자축구추계연맹전에서 잇달아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춘계연맹전, 여왕기 대회에선 준우승했다. 전국체전에선 3위에 올랐다. 4번의 전국대회에서 우승 2회, 준우승 2회의 눈부신 성과를 거뒀고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4강에 올랐다. 2005년 팀 창단 이후 최고의 성적이었다. 지난 7월 여자축구선수권 직전 학교장으로부터 축구부 해체 1차 공지가 떨어졌다. 김 감독은 선수들을 다독였고, 선수로서 해야할 일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이후 나선 모든 대회에서 우승했다. 김예은은 "팀이 힘든 상황일수록 우리가 더 잘해야한다는 생각으로 똘똘 뭉쳐 노력한 결과"라고 했다. 그러나 이날 학교체육대상 고등부 상을 받고도 축구소녀들의 표정은 마냥 환하지만은 않았다.
시상식을 일주일여 앞둔 지난 20일 학교측은 화천정보산업고등학교장 명의로 학부모들에게 일괄문자를 발송했다. '우리학교는 지난 7월 운영위원회 결정에 따라 2020년 2월29일까지 축구부를 운영하고 해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1월3일까지 기숙사에서 개인용품을 반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문자였다. 해체 의지를 재천명했다. 4명의 아이들이 전학을 결정했고 1학년 신입생도 받지 못했다. 최악의 상황에서 이날 대상은 화천정산고 지도자 및 선수들의 분투와 여자축구를 향한 작은 선물이자 위로였다.
여자축구 등록선수가 1400여 명에 불과한 상황, 대한축구협회는 저변 확대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교육부와 함께 초중고 여자축구 활성화 부문 대상을 후원했다. 여자축구 활성화 대상을 수상한, 전국에서 가장 우수한 여자축구팀이 해체 위기를 맞고 있다. 결국 상처는 축구를 사랑하는 아이들의 몫이다.
지난 19일 강원도 의회 교육위원회 김준섭 의원은 "관련 조례에 따르면 교직원, 선수,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하지만 확인 결과 이 과정이 누락됐다"고 밝혔다. "학부모 학생의 동의없는 화천정산고 축구부 해체 과정에 대한 감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원도 교육청은 "절차상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감사절차를 검토하고 필요시 감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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