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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전]'미운오리' 황인범, 비난을 함성으로 바꾼 '환상슛'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9-12-18 21:20


18일 오후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2019 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가 열렸다. 전반 대표팀 황인범이 선취골을 기록했다.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는 황인범. 부산=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9.12.18/

[부산=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황인범(밴쿠버)은 자타공인 '벤투의 황태자'다.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주역으로 활약한 황인범은 새롭게 한국 대표팀에 부임한 파울루 벤투 감독의 눈에 들었다. 황인범은 벤투 감독의 데뷔전이었던 2018년 9월 코스타리카와의 친선 경기를 통해 A매치에 데뷔한 이래, 꾸준히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10년 가까이 허리의 키를 쥐고 있던 기성용(뉴캐슬)이 은퇴한 이후에는 공격형 미드필더와 수비형 미드필더를 오가며 중원의 핵으로 자리매김했다. 벤투호 출범 이래 치른 25경기 중 23경기에 나설 정도로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다.

벤투의 두터운 신뢰와 달리, 황인범은 팬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이 시작되고 부터다. 4-1-3-2의 주전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 황인범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수비적인 부분에서는 제 몫을 해줬지만 정작 공격 시 기대 이하의 활약을 펼쳤다. 황인범의 부진과 함께 벤투호의 공격력도 침묵했다. '황인범 좀 빼라', '대신 이강인(발렌시아)을 기용해라'등 '팬들의 불만은 더욱 커졌다. 황인범 역시 이러한 비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일부가 아닌 대부분이 그런 생각을 하신 것으로 안다. 하지만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내가 이것을 이겨내면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팬들께 인정받는 선수가 되려고 노력하겠다"고 했다.

유럽파와 중동파가 제외된 가운데, 벤투 감독은 K리거 중심으로 2019년 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명단을 꾸렸다. 황인범은 동아시아리그에서 뛰지 않는 선수 중 유일하게 선발됐다. 벤투 감독은 다시 한번 황인범에 대한 믿음을 보냈다. 황인범은 김민재(베이징 궈안) 나상호(FC도쿄)와 함께 이번 대회 전경기 풀타임 출전했다. 홍콩과의 1차전(2대0 승)에서 전반 추가시간 환상적인 프리킥으로 대회 첫 골을 기록했다. 대표팀의 357분 무득점 가뭄을 끊는 골이었다. 중국과의 2차전(1대0 승)에서 공격 포인트는 올리지 못했지만 왜 자신이 중용되는지에 대한 답을 보여줬다.


18일 오후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2019 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가 열렸다. 전반 대표팀 황인범이 선취골을 기록했다.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는 황인범. 부산=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9.12.18/
그리고 우승 결정전이자 숙명의 라이벌전, 한-일전에서 일을 냈다. 황인범은 18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일본과의 대회 최종전에서 결승골을 폭발시켰다. 비난을 함성으로 바꾼, 미운오리의 화려한 비상이었다. 황인범의 활약을 앞세운 한국은 일본을 1대0으로 꺾었다. 4득점-무실점, 3연승의 신바람을 낸 벤투호는 2015, 2017년에 이어 대회 3연패를 달성했다. 통산 5번째 우승이자 대회 첫 무실점 우승. 벤투 감독은 자신의 커리어 중 대표팀을 맡고 첫 우승을 이뤘다.

벤투호는 2020년 도쿄올림픽에 대비해 젊은 선수들을 대거 앞세운 일본을 맞아 한수위의 기량을 과시했다. 전반부터 과감한 압박과 빠른 측면 돌파로 주도권을 잡은 벤투호는 일방적으로 상대를 밀어붙였다. 전반 8분 코너킥에서 김민재의 헤더가 골대를 맞고 나오는 등 운이 따르지 않던 한국을 살린 것은 황인범의 한방이었다. 전반 27분 김진수(전북)가 왼쪽을 돌파하며 내준 볼을 받아, 한명을 제친 후 강력한 왼발슛으로 일본의 골망을 흔들었다. 이번 대회 첫 필드골이었다. 황인범은 일본 서포터스 울트라니폰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 바로 옆자리의 한국 팬들을 향해 뜨거운 하트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후에도 한국은 황인범의 정확한 패스를 앞세워 공격을 이어나갔다. 한 골이 아쉬울 정도로 일방적인 흐름이었다. 간간히 이어지던 일본의 역습은 김민재-김영권(감바 오사카) 듀오에 막혔다. 한국은 또 한번 무실점 경기를 하며 이번 대회 최다 관중(2만9252명) 앞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머쥐었다. 벤투 체제 후 한-일전 첫 승을 한 한국은 한-일전 역대전적에서도 41승23무14패 절대우위를 이어가며, 2019년을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부산=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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