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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운명을 결정할 '박싱데이(Boxing Day)'가 다가왔다.
EPL에서 박싱데이가 특별한 이유가 있다. 바로 살인적인 스케줄이다. 일반인에게 박싱데이가 '1년을 정리하는 휴식의 날'이라면 EPL 선수에게 박싱데이는 '1년 농사를 결정할 가장 바쁜 날'이다. 다른 리그가 크리스마스를 즈음에 3주 정도의 휴식기를 취하는 것과 달리 EPL은 크리스마스 휴식기가 없다. 오히려 박싱데이에 무조건 경기를 치러야 하는 전통 때문에 최악의 스케줄이 만들어진다. 올 시즌에도 26일(이하 한국시각)부터 1월3일까지 무려 3경기를 소화해야 한다.
빡빡한 일정이지만 허투루 넘길 수 없다. 박싱데이를 둘러싼 속설 때문이다. '박싱데이 주간 선두를 지킨 팀은 우승을 차지하고, 강등권에 머문팀은 챔피언십으로 추락한다.' 실제 데이터가 입증한다. 지난 10시즌 동안 박싱데이 주간에 선두를 달린 8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EPL이 출범한 후 27시즌 중 크리스마스 챔피언이 실제 챔피언으로 이어진 것도 14번에 달한다. 강등도 마찬가지다. 지난 시즌 박싱데이 주간 강등권에 있던 허더즈필드, 풀럼은 어김없이 강등됐다. 물론 박싱데이 때문에 우승하고, 강등된 것은 아니겠지만 살인 스케줄을 어떻게 넘겼는지가 그 팀의 현주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박싱데이 주간은 대단히 중요하다.
중위권 경쟁도 뜨겁다. 6위 셰필드(승점 28)부터 10위 번리(승점 24)까지 승점차는 불과 4. 11위 아스널, 12위 크리스탈팰리스(이상 승점 23)까지 빡빡하게 붙어 있다. 토트넘(7위·승점 26), 맨유(8위·승점 25) 등 기존 강호들이 아직 치고 올라가지 못하고 있는만큼, 이번 박싱데이를 통해 순위가 요동칠 것을 보인다. 강등권 경쟁은 더 뜨겁다. 13위 브라이턴(승점 20)부터 가시권에 있다. 강등의 끝자락인 18위 애스턴빌라(승점 15)와의 승점차가 5 밖에 되지 않는다. 강등권 팀들은 일단 크리스마스만이라도 강등권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다.
아쉽게도 코리안 프리미어리거의 박싱데이는 잠잠할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은 지난 23일 첼시와의 경기에서 뤼디거의 상체를 가격하며 퇴장당했다. 토트넘은 이후 3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받은 손흥민의 징계가 과하다며 항소했지만,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이를 기각했다. 손흥민은 26일 브라이턴, 29일 노리치시티, 1월2일 사우스햄턴전까지 정확히 박싱데이 기간 동안 경기를 뛰지 못하게 됐다. 영국 언론은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손흥민의 공백을 메울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기성용(뉴캐슬) 역시 사실상 전력 외로 분류되며, 출전이 힘든 상황.
과연 EPL팀들은 운명의 박싱데이 기간 동안 박스 안에 어떤 결과물을 담아갈까. EPL 팬들에게 가장 흥미로운 한 주가 다가오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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