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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참 선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고맙게 생각한다."
전날 '절대 1강' 전북(승점 25)이 성남과 2대2로 비기며 승점 1점 추가에 그쳐 울산은 이날 대구전을 앞두고 선두 탈환의 빅찬스를 맞았다. '이겨야 사는 경기', 승리 공식은 간단했다. '리그 최다득점' 울산이 잘하는 공격을 해야 했고, 세징야를 중심으로 대구가 잘하는 공격을 막아야 했다. 공격에서 이청용, 수비에서 박주호 등 유럽파 베테랑들이 제몫을 톡톡히 했다.
이청용은 전반 환상적인 몸놀림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쏟아지는 폭우속에서도 발과 혼연일체가 된 듯한 공은 미끄러지는 법이 없었다. 전반 18분 김태환의 저돌적인 돌파에 이어 이청용이 박스 오른쪽에서 볼을 이어받았다. 낮고 빠른 킬패스가 문전 쇄도하던 신진호의 발밑에 정확히 배달됐다. 골이었다. 이청용은 '동해안더비' 포항전 멀티골, 전북전 패배 직후 인천전 선제골에 이어 이날 선두 탈환을 위해 반드시 잡아야 했던 대구전에서도 할 일을 했다. 중요한 고비 때마다 어김없이 번뜩이는 활약으로 상대를 농락하며, 스타의 존재 이유를 입증했다. 완승 후에도 그는 담담했다. "오늘 승리에 크게 기뻐하지 않겠다. 대구 원정이 힘들다고 들었는데 오늘 경기로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은 데 만족한다."
김도훈 감독은 중요한 경기에서 어김없이 터지는 이청용에 대한 질문에 "그게 '퀄리티'고, '클래스'고 실력이다"라고 즉답했다. "공을 쉽게 찬다. 그게 실력이다. 중요한 경기에서 빛을 발하는 부분, 팀에 오자마자 좋은 활약을 보여주는 부분이 참 고맙다"며 흐뭇해 했다. "이근호, 박주호, 김태환 등 선수들이 적응을 도운 덕분이다. 고참들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세징야를 봉쇄한 박주호를 언급하자마자 "잘하죠"라며 뿌듯함을 감추지 않았다. "박주호는 지난해 대구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후반 15분 남기고 들어가서 좋은 활약을 해준 기억이 있다. 인천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고, 이번에도 힘든 상황에서 정말 잘해줬다"고 평가했다. "전반엔 설영우가 측면을 흔들면서, 왼쪽에서 나가는 부분은 최대한 자제하며 아꼈고, 후반 홍 철이 들어간 이후엔 박주호가 세징야를 잘 막아줬다. 아무래도 경험이 많으니까…"라며 절대 믿음을 표했다.
박주호의 설명 역시 다르지 않았다. "감독님이 작년 대구전 때도 세징야 마크를 맡기셨다. 골과 도움에 모두 능해 움직임을 사전 차단한다는 계획으로 대인 마크를 했는데, 팀이 원하는 결과로 이어져 만족스러웠다"며 미소 지었다. 전반 풀백과 후반 미드필더 보직의 차이에 대한 질문에 박주호는 "전반엔 풀백에만 치중한다기보다, 미드필더 역할까지 겸하면서 밸런스를 맞추는 것에 신경을 썼다. 후반 미드필더로 뛸 때는 중원뿐 아니라 풀백 역할까지 커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답했다. "김태환과 홍 철이 측면을 오르내릴 때 내가 후방 빈 공간을 커버하는 식이다. 풀백의 고충을 알기에 함께 역할을 분담한다는 마음으로 뛰었다"고 설명했다.
왜 울산이 강팀인지, 왜 올 시즌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인지는 '베테랑' 박주호의 이 마지막 대답 안에 모든 것이 담겼다. "11명 선수가 모두 특색 있는 플레이를 할 수는 없다. 나는 내 특색을 보이기보다 우리 팀 동료들의 플레이를 돕고 동료들이 보다 더 자유롭게 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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