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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수가 이 발로 감차?" 울산 왼발에이스 이동경의 오른발 골 뒷얘기[현장인터뷰]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0-07-17 06:30



"왼발을 쓰는 선수가 오른발로 넣은 것, 그것도 90분을 넘긴 극도로 지친 상황에서 골을 만들었다는 점을 칭찬하고 싶다."

김도훈 울산 현대 감독은 15일 경주한수원과의 2020 하나은행 FA컵 4라운드(16강)에서 2대0으로 완승하며 8강에 오른 후 '애제자' 이동경(23)의 활약에 흐뭇함을 감추지 않았다.

지난해 22세 이하 쿼터로, 김 감독의 총애를 받았던 이동경은 스물세 살이 된 올해, '초호화군단' 울산에서 치열한 주전경쟁을 감내하고 있다. 오랜만에 선발로 나선 FA컵, 각오가 남달랐다. 김 감독은 유난히 몸놀림이 가벼웠던 이동경에게 "슈팅을 아끼지 말라"고 주문했다. 전반 초반부터 적극적인 움직임, 특유의 저돌적인 왼발 슈팅으로 골문을 노렸다. 전반 두 차례 결정적인 찬스는 모두 이동경으로부터 나왔다. 경주한수원의 5백 수비와 골키퍼 선방에 번번이 막혀 고전하던 'K리그 선두' 울산은 후반 30분 마침내 해법을 찾았다. 비욘 존슨의 헤딩 결승골로 승기를 잡았다. 이후 이동경은 승리를 지키기 위해 다리에 쥐가 올라올 정도로 달리고 또 달렸다. 후반 추가시간, 마침내 천금의 기회가 찾아왔다. '룸메이트 선배' 이청용의 킬패스가 발앞에 뚝 떨어졌다. 이동경은 문전 드리블 후 환상적인 '오른발' 감아차기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김도훈 감독이 환한 미소로 이동경과 손을 맞잡았다.

모든 것을 쏟아내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이동경은 탈진해 있었다. '왼발 에이스'의 오른발 골에 대한 질문에 "슈팅 연습을 많이 하는 편이다. 감독님께서 어느 발이든 걸리면 때리라고 주문하셨다. 오른발이지만 감아서 잘 때린 것같다"고 답했다. "골은 오른발이든, 왼발이든, 몸으로 넣든, 헤딩이든 다 좋다. 골은 다 좋다"며 미소 지었다. 체력적 부담이 극도에 달한 후반 추가시간, 익숙한 왼발이 아닌 오른발로 넣은 필사적인 골에는 절실함이 담겼다. "쥐가 나기도 했지만, 끝까지 하자는 마음이 컸다. 준비를 잘했던 것같다"고 돌아봤다. "감독님과 코치님들께서 시작할 때부터 한 골 넣었으면 좋겠다며 자신감을 키워주셨다.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슈팅하려 했고, 마지막에 골을 넣을 수 있게 돼 정말 기뻤다"는 소감을 전했다.

올시즌 유독 험난한 주전경쟁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동경은 "불만보다 제가 가진 부분들을 더 잘할 수 있게 늘 준비돼 있도록 신경쓰고 있다"는 어른스러운 대답을 내놨다. "경기에 못 나간다고 해서 불평, 불만하지 않는다. 형들이 정말 잘한다. 내게 기회가 왔을 때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매순간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했다. 완벽한 더블스쿼드 울산에서 FA컵은 기회를 기다리는 또다른 에이스들에게 간절한 무대다. "선수로서 경기장에 나갈 수 있는 것에 감사한다. 경기가 많아질수록 좋고, 매경기가 너무나 소중하다"면서 내친 김에 패기만만 '트레블(3개 대회 우승)' 야망까지 드러냈다. "올해 우리는 멤버상 당연히 리그도 마찬가지로 FA컵, 아시아챔피언스리그까지 3개 대회 우승이 목표다. 선수들 모두 잘 인지하고 있고 준비를 잘하고 있다."

이날 이동경의 오른발 골을 누구보다 기뻐했던 'K리그 득점왕' 출신 김도훈 감독은 애제자를 향한 기대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왼발잡이 공격수가 오른발로 할 때는 오히려 더 신중하고 더 침착하게 넣는 기회가 된다. 오늘 이동경이 그런 모습을 보여줬다. 이 선수는 내년 도쿄올림픽을 가야 하는 선수다. 훈련을 통해 매순간 발전하고 있고, 팀 훈련에서 성숙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징이 분명한 선수인 만큼, 앞으로 얼마나 발전할지는 예측불가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는 선수다."
울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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