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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현대가 지난 15일 안방에서 열린 K리그1 16라운드 광복절 동해안 더비에서 2대0으로 완승했다. 유관중으로 열린 첫 동해안 더비,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엔 원정팀을 향한 울산의 승전가 "잘 가세요~"가 울려퍼졌다. 지난해 최종전에서 포항에게 1대4로 완패하며 다잡은 우승을 놓쳤던 울산 팬들이 8개월만에 그날의 경기장에서 'ㅋㅋㅋㅋ' 플래카드를 들어올리며 마스크 뒤로 미소 지었다. 올시즌 두 번째 동해안 더비, 울산 팬들을 행복하게 한 주요 장면을 되돌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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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관중 전환 이후 승리가 절실했던 동해안더비 홈경기, 김도훈 감독은 왼쪽 풀백으로 홍 철을 내세웠다. 후반 38분, 박주호와 교체될 때까지 홍 철의 왼발은 눈부셨다. 왼쪽 측면을 뚫어내는 스피드, 자로 잰 듯한 크로스에서 국대 풀백의 진가를 입증했다. 비욘 존슨의 머리를 정확히 겨냥한 폭풍 크로스에 이어 김인성의 결승골 장면에서 혼신의 질주 후 상대 수비를 벗겨낸 후 김인성 발앞에 정확하게 건넨 컷백은 눈부셨다. "상대 라인 높은 곳까지 올라가서 크로스하라"는 김도훈 감독의 미션을 200% 수행했다. 수원에서 이적한 후 5경기만에 첫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며 울산 적응이 끝났음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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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규가 울산 잡고 국가대표 간다고 했다더라. 송민규 잡으면 대표팀 갈 수 있겠네." 김도훈 감독이 '오른쪽 풀백' 김태환이 퇴장 결장한 자리에 22세 이하 영건 설영우를 선발로 내세우며 건넸다는 조언이다. 밥 먹을 때 빼고 송민규 비디오만 봤다는 설영우는 90분 내내 영리하고 집요했다. 올시즌 영플레이어상 유력후보, 6골2도움을 기록중인 포항 에이스 송민규를 꽁꽁 묶었다. 이날 90분을 소화하며 포항과의 데뷔전 때 쥐가 나서 채우지 못한 풀타임의 아쉬움도 떨쳤다.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를 통해 예언했던 2대0승 스코어도 '족집게' 적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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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m96, 울산 최장신 공격수인 비욘 존슨에게 대부분 고공 헤더를 기대하지만, 네덜란드 리그 득점 2위 출신의 존슨은 되려 "나는 발밑 기술도 좋은 선수"라는 점을 어필해왔다. 이날 1-0으로 앞서던 후반 10분, 신진호의 크로스를 이어받은 존슨의 가슴 트래핑 후 오른발 원더골은 발 좀 쓸 줄 아는 장신 공격수의 진면목을 드러낸 장면이다. 관중석에서 활짝 웃는 아내를 향해 감동의 '요람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스페인 국적의 동갑내기 아내 베로니카 베르나베우는 8월 초 임신 소식을 알렸다. 올시즌 울산 이적 후 코로나19 팬데믹 가운데 생긴 부부의 귀한 첫 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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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 감독은 이날 포항전 직후 "김범수 골키퍼 코치가 주중 모친상을 당했는데 이번 승리가 힘이 되길 바란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올시즌 울산 코칭스태프 내에는 개인적인 슬픔이 잇달았다. 3월 김도훈 감독의 부친상, 6월 명재용 수석코치의 모친상에 이어 지난 10일 수원전 직후 김 코치의 어머니가 투병중 세상을 떠났다. 김 코치 역시 김 감독, 명 코치가 그러했듯 개인사를 일절 내색하지 않고, 장례식 직후 울산에 복귀해 묵묵히 '동해안 더비'를 준비했다.
김 코치는 "어머니가 막내인 저를 기다리셨는지, 경기가 끝난 월요일 임종하셨다"면서 "중요한 시기에 바로 팀에 복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머니도 그걸 바라실 것"이라고 했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해서라도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다. 올해는 정말 꼭 우승해야 한다"며 절절한 사모곡을 전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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