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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보답하고 싶은 마음으로…."
이정협은 23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전날 포항전 맹활약에 대해 "'새신랑'이 된 것을 딱히 의식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코로나19 시대에 결혼식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주변에서 많이 도와준 덕분에 무사히 치를 수 있었다. 그분들께 보답하기 위해 더 열심히 뛰자는 각오로 경기에 임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정협은 22일 K리그1 포항 스틸러스와의 17라운드서 1골-1도움의 맹활약으로 2대1 승리를 이끌었다. 전반 35분 결승골은 페널티킥을 재치있게 성공한 것이었다. 앞서 15분 강민수의 선취골에서는 이정협 특유의 부지런함과 절묘한 뒤꿈치 패스가 압권이었다.
이정협이 골맛을 본 것은 지난 7월 4일 강원전 이후 50일 만이다. 공교롭게도 지난 16일 결혼식을 올린 이후 첫 출전에서 득점포를 다시 가동했다. '결혼하더니 오히려 힘이 솟았네'라는 시샘을 들어도 좋을 상황이 됐다.
"항상 최선을 다하는 선수다. 결혼으로 안정감이 생긴 것 같다"는 조덕제 감독의 말대로 '신혼'을 잊은 채 준비하며 맞은 포항전에서 한결 안정감있는 플레이로 부활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이정협은 이번 포항전에서 세 마리 토끼를 잡았다. 무엇보다 큰 소득은 부산이 5경기(2무3패) 연속 무승의 사슬을 끊고 상위그룹 희망을 이어갔다는 것이다. 여기에 만만치 않은 상대 포항에 톡톡히 설욕도 했다. 부산은 1부리그 복귀 첫 경기에서 포항을 만나 0대2로 완패한 것을 시작으로 7경기 연속(4무3패) 무승의 '고난행군'을 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그가 잡은 세 번째 '토끼'는 A대표팀 선발을 앞두고 눈도장도 받았다는 것. 이날 부산-포항전은 A대표팀 최태욱 코치가 관찰하고 있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10월 예정된 '김학범호'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국내파로 대표팀을 꾸릴 예정으로, 선발 대상을 점검하는 중이다.
이정협은 작년 6월 A매치 주간을 앞두고 벤투 감독 부임 이후 처음으로 부름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벤투 감독은 이정협 발탁 이유에 대해 "이정협의 특징과 능력을 관찰했다. 다른 선수를 분석할 때와 마찬가지로 과거 대표팀에서의 경기력을 분석했다. 소속팀에서의 모습을 두루 점검한 결과 대표팀 경기력과 스타일에 적응할 것이라 판단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이정협은 아내와의 약속도 지켰다. 결혼식 전 인터뷰에서 "시즌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 훌륭한 결혼선물이 될 것 같다"고 했던 이정협은 TV로 남편의 첫 출전을 지켜보던 아내에게 '골 선물'을 선사했다.
아내의 근무지 때문에 '주말부부' 생활을 하는 이정협은 23일 주말을 맞아 부산에 내려왔던 아내와 다시 석별했다. 그러면서 축구화를 끈을 다시 고쳐맸단다. '한 번 살아봐라'던 결혼 선배들의 가르침을 잘 알기 때문이다. "없을 때 더 잘해야 한다"라며 각오를 또다시 다진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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