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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연승에 취해 전북 현대가 잊고 있었던 것, '병수볼'도 잠그는 축구를 했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20-08-31 10:50


전북-강원전 데이터 캡처=비프로11

전북 선수들 위치 캡처=비프로11 자료

강원 선수들 위치 캡처=비프로11

전북 강원전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전주=스포츠조선 노주환 기자]우승 후보 전북 현대는 30일 홈 '전주성'에서 당한 강원FC전 패배로 큰 교훈을 깨달았다. 잠시 연승에 취해 그들이 잊고 있었던 것이다. 강팀을 상대하는 약자의 '실리축구'에 언제라도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점이다.

울산 현대와 '살벌한' 우승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전북 현대는 스쿼드 면에서 강자다. 반면 제대로 된 외국인 선수가 없는 강원은 기본 전력에서 약자다. 그런데 결과는 1대2 전북 패배였다. 올해 모라이스 감독의 전북은 강원에만 2패를 당했다. 총 3번 졌는데 강원에 두번이나 당했다.

이전 6경기서 승리가 없었던 강원은 작정을 하고 나왔다. 빌드업을 앞세운 공격축구를 지향했던 '병수볼'은 온데 간데 없었다. 전략적으로 잠시 접어두었다는 표현이 맞다. 김병수 감독은 승리 후 기자회견에서 "힘든 경기를 예상했다. 오늘 전략은 우리가 먼저 수비에서 잘 버틴 후 공격 찬스가 오면 해결하자고 했는데 주효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수비 위주의 실리축구였다. 다른 말로는 '선 수비 후 역습'이었다.

5연승에서 멈추며 시즌 3패째를 당한 전북 모라이스 감독은 "전반 확실한 세번의 득점 찬스를 살리지 못한 게 아쉽다. 강원은 선 수비 후 역습으로 나왔다. 역습 두번에 우리가 실점해서 아쉽다. 이런 팽팽한 경기는 득점 기회를 살려야 편안하게 풀어갈 수 있다. 강원은 수비할 때도 촘촘했다"고 말했다.

두 사령탑은 승부가 갈린 포인트를 분명히 알고 있었다. 전체 경기 내용은 전북이 주도하고 이끌었지만 마지막에 웃은 쪽은 강원이었다. 분석업체 비프로11이 제공한 경기 분석 자료를 보면 전북은 점유율(58%>42%) 패스성공률(83%>77%) 등에서 앞섰지만 결과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지표인 슈팅(10개<14개) 유효슈팅(2개<6개) 등에서 밀렸다.

7월초 가세 이후 전북 공격에 새로운 활력소가 됐던 브라질 출신 센터 포워드 구스타보는 강원 수비 상대로 고전했다. 그의 장점인 높이가 센터백 임채민 상대로 이전 경기들 만큼 통하지 않았다. 윙어 바로우(전북) 역시 강원이 전체 라인을 내리면서 공간이 좁아 스피드를 살릴 수가 없었다. 공간이 있더라도 오프사이드 라인을 효과적으로 무너트리지 못했다.

전북은 늘 하던 대로 전체 라인을 끌어올려 강원을 쉼없이 두들겼다. 그러나 중동 진출로 빠진 왼쪽 풀백 김진수의 공백이 아쉬웠다. 그를 대신한 이주용은 그동안 출전 시간이 적었던 탓에 수비할 때 위치를 잘 잡지 못했고 집중력도 떨어졌다. 오버래핑 때는 바로우와의 호흡도 매끄럽지 않았다.

모라이스 감독의 코멘트 처럼 전북이 전반에 맞은 2~3번의 완벽한 찬스에서 골맛을 봤다면 충분히 다른 식으로 경기 양상이 흘렀을 것이다. 그러나 구스타보와 이성윤의 슈팅은 모두 상대 골키퍼 이범수의 선방에 막혔다.


반면 전체 라인을 내려서 선제 실점을 막아낸 강원은 후반 조커 김지현을 넣어 전북의 골망을 두 차례나 흔들었다. 작년 '영플레이어상(신인상)'을 받았던 김지현은 슈팅력이 날카로운 공격수다. 그는 후반 31분, 역습 상황에서 왼발 감아차기로 선제골을 뽑았다. 1-1 동점이었던 후반 추가시간에는 골대 앞에서 리바운드된 걸 득달같이 달려들어 결승골로 연결했다.

강원에 발목이 잡힌 2위 전북은 승점 41점으로 선두 울산 현대(승점 45)과의 차이가 4점으로 벌어졌다. 앞으로 스플릿까지 4경기씩을 남겨두고 있다. 정상적으로 파이널 5경기까지 치른다면 9경기씩을 더 해야 한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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