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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판정 항의로 퇴장당한 김남일, 꼭 그래야 했나

기사입력 2020-10-07 06:30


출처=중계화면 캡쳐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뚜벅뚜벅. 승리 세리머니를 하는 강원FC 선수들 뒤로 김남일 성남FC 감독이 지나갔다. 그가 향한 곳은 심판진이 위치한 하프라인. 주심 앞에 선 김 감독은 손가락으로 왼쪽 골대 쪽을 가리키며 경기 중 일어난 판정에 대해 항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양 손을 바지 주머니에 푹 찔러넣은 채 이동준 주심과 대치했다. '몇 마디'를 전해들은 이 주심은 약 10초 뒤 레드카드를 빼들었다. 선수, 코치가 말린 뒤에야 김 감독은 마스크를 벗은 채 라커룸으로 향했다.

1분 넘게 지속된 대치 상황은 중계화면에 고스란히 잡혔다. '충격의 4연패. 퇴장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는 김남일 감독'이란 제목의 해당 영상은 그날 K리그 영상 중 최다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끌었다. 그런데, 김 감독은 왜 심판에게 다가간 걸까.

4일 강원과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24라운드를 돌아보자. 승리가 절실했던 성남. 하지만 전반 28분 윙백 박수일이 고무열을 향한 태클로 다이렉트 퇴장을 당하면서 스텝이 꼬였다. 23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전에서 연제운이 퇴장을 당한 데 이어 2경기 연속 전반에 선수를 잃었다. 수적 열세 속 후반 9분 나상호의 선제골로 앞서갔다. 하지만 김동현의 파울로 위험지역에서 프리킥을 내줬고, 강원 김영빈이 이 기회를 살렸다. 이어 후반 42분 성남 출신 임채민의 헤더가 골망을 흔들면서 1대2로 역전패했다. 그 사이 박스 안에서 강원 선수의 핸들링 파울로 의심되는 장면이 있었지만, 주심은 페널티를 선언하지 않았다. 4연패로 강등 압박이 거세진 상황에서 주요 선수들의 퇴장과 성남 입장에선 석연치 않다고 느낄 법한 판정이 김 감독의 '행동'을 부추겼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출처=중계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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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한 바에 따르면, 김 감독이 이 주심 앞에서 심한 욕설을 하진 않았다. 다만 '감정적으로 판정을 하느냐'는 식의 표현으로 상대를 자극했다. 프로축구연맹은 김 감독의 퇴장사유를 '항의'로 명시했으나, 이 주심은 항의를 넘어선 과한 행위로 간주해 퇴장을 명한 것으로 보인다. 상식적으로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상대의 눈을 노려보는 행위'는 존중심과는 거리가 먼 행동으로 볼 여지가 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첼시 사령탑 시절 FC바르셀로나전을 마치고 항의하러 주심에게 달려드는 디디에 드로그바 등 첼시 선수들을 말리는 역할을 했다. 김 감독은 달랐다. 성남 선수와 코치가 말린 뒤에야 자리를 떴다.

김 감독은 이 행동 하나로 2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 사후 경감이 되지 않으면 오는 17일 FC서울전과 23일 수원 삼성전에 나설 수 없다. 성남은 24라운드 현재 5승7무12패, 승점 22점으로 11위에 처졌다. 다이렉트 강등권인 12위 인천(승점 21점)에 1점차로 쫓기고 있다. 1점, 1점이 소중한 상황에서 수장 없이 남은 2경기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전에는 수비수 연제운과 박수일(이상 퇴장), 미드필더 김동현(누적경고) 등 주축 3명도 출전하지 못한다.

선수들은 경기에 몰입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카드를 받곤 한다. 반면 감독은, 경기 중도 아니고 경기 이후라면 행동이 팀에 미칠 영향에 대해 생각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울산 현대 김도훈 감독은 지난 시즌 경기 중 심판진을 향한 거친 항의로 5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고, 그의 결장은 전북 현대와의 우승 레이스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K리그 현장을 다니다 보면 감독을 포함한 코치진이 경기 후 심판진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전직심판 A씨는 "경기 후 감독이 심판에게 다가오는 것을 나쁘게만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과거 경기 후 심판을 들이받은 모 코치의 사례를 예로 든 A씨는 "다만, 서로서로 예의를 갖출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중계가 드문 시절이었지만, 지금은 생방송으로 팬들이 경기를 지켜볼 수 있다. SNS도 발전해 행동 하나에 대한 파장이 크다"고 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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