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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우 뉴스를 듣고 너무 놀라 연락했는데, 오히려 우리를 더 걱정하더라."
2008~2012년 서울, 2013~2016년 인천에서 활약한 조수혁은 2017년 김도훈 감독과 함께 울산 유니폼을 입은 이후 4년째 울산 골문을 지켜왔다. 첫 2년은 로테이션 시스템 속에 오승훈 김용대와 번갈아 나섰지만, 지난해 '국대 골키퍼' 김승규 영입 후 2경기를 뛰었고, 올해 '빛현우' 조현우 영입 후엔 리그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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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키퍼에게 기다림은 숙명이다. '빛현우' 같은 절대적인 제1키퍼가 있을 경우 나머지 골키퍼들은 몸과 마음을 챙기는 법을 일찌감치 체득한다. '베테랑' 조수혁은 조현우 뒤에서 자신의 몫을 묵묵히 하며, 시즌 내내 울산의 분위기 메이커를 자청했다. 코로나로 인해 팬들이 훈련장, 경기장도 찾을 수 없는 시대, 그의 재기발랄한 유튜브 채널 '베리나히쑤(반려견 베리+나+아내 희수)'는 울산 선수들의 소소한 일상을 초근접 촬영해 공개하고, 지칠 줄 모르는 유쾌한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그의 카메라에 익숙해진 울산 동료 선수들도 기꺼이 마음을 열었다.
인터뷰 도중 장난기 넘치는 '국대 풀백' 홍 철이 '시그내처' V자 포즈와 함께 "베리나히쑤!"를 외치며 지나갔다. 조수혁은 "요즘은 카메라를 들지도 않았는데 막내들도 나만 보면 스스럼없이 '베리나히쑤'를 외친다. 팬들도 자동으로 '베리나히쑤' 포즈를 취한다. 기분 좋은 일"이라며 미소 지었다. "카타르에서도 늘 하던 대로 재미있게, 경기장 분위기를 바짝 끌어올리겠다. 이럴 때일수록 말을 많이 해야 한다. 원래 저는 말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라 분위기 올리는 것도 자신있다"며 활짝 웃었다.
ACL 목표를 묻는 질문에 조수혁이 사뭇 진지한 눈빛으로 답했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울산, 서울, 전북, 수원 등 K리그 선수들 모두 부상없이 건강하게 대회를 잘 치르고 돌아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다보면 성적도 따라올 것이다. 첫째는 우선 건강이다. 건강하게 잘하고 돌아오겠다"고 했다. 울산 팬들에게도 믿음직한 각오를 전했다. "올 시즌 (조)현우가 계속 뛰었다. 현우가 없는 상황에서 팬들은 많이 불안하실 것이다. 현우는 우리나라 최고의 골키퍼이고 현우가 없으면 누군가 그 일을 해야 하는데 보시는 입장에선 불안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대한 노력해서 공백을 메울 수 있게끔 하겠다"고 다짐했다. "선수들도 팬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더 열심히 몸 날리고 앞에서부터 더 강하게 싸워줄 것이다. 저뿐만 아니라 수비 전원, 팀 전원이 똘똘 뭉쳐 빈자리를 잘 메우겠다"고 했다. '베리나히쑤(very nice)'한 활약을 약속했다.
인천공항=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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