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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안녕하세요. 예기치 못한 상황이어서 좀 그런데… 저는 싱글이고, 사귈 준비가 돼있어요. 위르겐의 번호를 아시나요?"
예상대로 결과는 토트넘의 압승이었다. 토트넘이 전반 24분, 전반 30분, 전반 37분 비니시우스의 해트트릭, 전반 32분 루카스 모우라의 프리킥골, 후반 15분 2004년생 알피 디바인의 최연소 데뷔골에 힘입어 5대0으로 대승했다. 주포 해리 케인은 아예 명단에서 빠졌고, 에이스 손흥민은 압도적인 흐름 속에 벤치를 지켰다.
경기 결과와 무관하게 마린FC와 팬들에겐 평생 잊지 못할 아름다운 밤이었다. 머지사이드 라이벌인 리버풀과 에버턴이 마린FC 응원을 위해 모처럼 대동단결했다. 장당 10파운드(약 1만5000원)인 3만 장의 가상티켓이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갔고, 마린FC는 리버풀의 빨강, 에버턴의 파랑, 마린FC의 노랑을 합친 '빨파노' 스페셜 유니폼 키트까지 출시했다. 영화 '시네마천국'을 연상케 하는 작은 도시, 수용인원 3000명 남짓한 작은 운동장, 코로나19로 인한 무관중 진행으로 인해 팬들은 그라운드 안에 들어오지 못했지만 경기장과 다닥다닥 붙은 각자의 집 정원, 지붕에서, 일부는 그라운드 철조망 틈새로 '세기의 매치'를 매의 눈으로 지켜봤다.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 역시 정원에서 이 빅매치를 즐기며 지켜보는 모습이 취재진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저기… 안녕하세요. 예기치 못한 상황이어서 좀 그런데… 저는 싱글이고, 사귈 준비가 되어있어요. 혹시 위르겐의 번호를 아시나요?" '매력만점' 리버풀, 클롭 감독의 전화번호를 따고 싶다는 유쾌한 조크였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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