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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크로스바를 맞힌 슈팅이 들어갔으면 했다. 선수들을 위해서."
손흥민, 해리 케인, 가레스 베일 등 스타 플레이어와 가장 뜨거운 감독인 조제 무리뉴 감독이 리버풀에 있는 자신들의 홈구장을 찾는 것만 해도 엄청난 화제였다. 교사, 배관공, 공장 근로자 등 '투잡'을 뛰어야 하는 축구 선수들로 구성된 마린인데, 토트넘과 경기를 치르는 자체가 창단 후 최고의 영예였다.
경기는 5대0 토트넘의 대승. 토트넘은 주말 리그 일정 때문에 손흥민, 케인 등 주축 선수들을 많이 제외했다. 하지만 나머지 멤버들로 열심히 뛰며 마린에 예의를 다했다.
마린을 이끈 영 감독은 경기 후 "매우 자랑스럽다. 우리는 4부, 6부 팀을 꺾고 여기까지 왔다"고 말하며 "토트넘을 마린으로 데려오는 것, 우리의 가장 큰 꿈이 지나갔다. 우리가 더 잘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라며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영 감독은 "이번 경기로 인해 우리 팀에게는 재정적으로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하며 "우리가 비리그 팀으로서 자랑스러운 경기를 했으면 좋았겠지만, 우리는 단지 이 경기와 이 경기가 우리 축구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 마린 구단은 토트넘전을 마지막으로 당분간 개점 휴업할 예정이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구단 운영이 힘들어졌고, 선수들을 해고할 처지에 놓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경기 중계권료로 약 1억원을 벌었고, 마린FC의 어려운 상황이 알려지자 팬들이 이번 경기 가상 티켓을 구매해 응원했다. 이 가상 티켓이 1만장 가까이 팔리며 약 2억원 가까운 금액이 쌓였다. 지역 프리미어리그 팀인 리버풀과 에버튼도 연습 구장을 제공하는 등 마린을 도왔다.
영 감독은 "무리뉴 감독이 훌륭한 선수들을 벤치에 남겨놓아 약간 걱정을 했다. 하지만 경기장에 나온 선수들의 자질만 봐도 힘든 경기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하며 "나는 그저 크로스바를 맞힌 슈팅이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단지 우리 선수들을 위해서"라고 말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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