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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뎁스인터뷰]세번째 임기 시작 KFA 정몽규 회장 "4년, 여자축구 세대교체 인재발굴이 포인트"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21-02-03 06:00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이 본지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1.02.01/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이 본지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1.02.01/

[스포츠조선 노주환 기자]"앞으로 4년은 인재발굴, 세대교체에 중점을 두겠습니다."

3선에 성공, 1월 27일부터 세번째 대한축구협회 수장 임기를 시작한 정몽규 회장(59)을 1일 서울시 용산 아이파크몰 집무실에서 만났다. 9년째 한국 축구를 이끌고 있는 정 회장은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3선에 도전하면서 국제축구연맹(FIFA) 인판티노 회장은 물론이고 축구·스포츠·재계 등 다양한 인사들에게 의견을 구했다. 옆에서 힘겨웠던 시간들을 지켜본 가족과 친구들은 "충분했다. 그만 해라"고 만류했지만, 정 회장은 다시 4년 동안 한국 축구를 위해 할 일을 생각했다. 그는 "축구 일과 기업이 다르지 않아요. 보람도 있고 서로 도움이 됩니다. 저는 요즘 기업하시는 분들을 만나면 스포츠단체 일을 해보라고 권유합니다"라며 웃었다.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기도 한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인류사회 모두가 힘들죠. 여전히 어렵지만 서서히 좋아지고 있고, 또 이겨내야 합니다"라고 했다.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화두는 여자축구, 인재발굴과 세대교체 그리고 저변확대

-대한축구협회장으로 세번째 임기를 시작하셨는데, 아직 코로나19로 축구계나 국내외 사회 전반적으로 엄중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큰 책임감을 느끼고 더 잘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4년 동안 축구 저변확대는 물론 더 뛰어난 인재들이 축구계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제가 현직에 있을 때 빛을 발하기보다 장기적으로 한국 축구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정책들을 찾고 실행하겠습니다.

-'Moving Forward!'라는 슬로건으로 세번째 임기의 다짐을 전달하셨는데 어느 방향으로 무엇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건가요.

▶현실에 안주하거나 위기에 주저하지 말고 끊임없이 도전하자는 의지를 표현한 것입니다. 목표는 '한국 축구 발전'입니다. 구체적인 방향은 취임사에서 밝힌 과제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6개 과제를 꼽았습니다. ①여자축구 발전 ②저변 확대 ③대회·리그 혁신 ④강사 육성 ⑤디지털화 ⑥수익 다변화 및 신사업 개발입니다. 한국축구에서 가장 미흡했던 부분을 보완하는 동시에 시대의 흐름을 반영해 다가올 미래에 대비하고자 합니다. 먼저 여자축구 발전은 FIFA를 비롯한 국제 축구계의 화두입니다. FIFA는 '여자축구전략(Women's Football Strategy)'을 통해 여성의 축구 참여 확대 및 축구 생태계 조성, 새로운 수익 창출 의지를 밝혔습니다. 협회는 이러한 세계축구의 트렌드를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갈 생각입니다. 또 초등학교부터 프로까지 원통형으로 구성된 여자축구 구조를 혁신해 저변이 튼튼한 피라미드 구조로 바꿔나가겠습니다. 저변확대, 대회 및 리그 혁신, 강사 육성은 장기적인 접근입니다. 축구대표팀의 경기력 향상도 중요하지만 대표팀이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가지려면 뿌리가 중요합니다. 세부 정책으로 e풋볼, 진학시스템 개선, FA컵 방식 변화, FIFA-아시아축구연맹(AFC) 강사 배출 등을 임기 동안 단계적으로 실천하겠습니다. 디지털화는 축구계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화두입니다. 코로나19로 '디지털'과 'IT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협회도 이러한 사회적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대응해야 합니다. 산재되어 있는 데이터를 하나로 모으고 관리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여자축구에 좀 더 많은 투자를 하시겠다는 뜻을 취임사에 담았는데요. 홍은아 부회장, 신아영 이사 선임도 같은 맥락의 인사라고 볼 수 있겠네요.

▶"여자 임원이 많아지면 여자 축구가 발전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노력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변화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홍은아 부회장, 김진희 이사, 신아영 이사 등 4명의 여성 임원은 충분한 자격을 가진 분들입니다. 홍 부회장은 여자축구행정가의 상징입니다. 현재 FIFA와 AFC 심판분과위원회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김 이사는 여자월드컵 첫 득점(1999년 미국월드컵 노르웨이전)의 주인공입니다. 은퇴 후, 해외 심판 활동을 거쳐 협회 경기감독관으로 7년 동안 활동하며 여자축구를 계속 지켜봐 온 인물로 현장의 목소리를 잘 전달해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신 이사도 오랜 방송 경험으로 미디어에 대한 전문성과 함께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덧붙이자면 이 분들의 선임은 여자 축구 발전 뿐 아니라 '세대교체'와 '다양성'의 의미도 갖습니다. 여성 임원 4명의 평균 나이가 40.7세로 전체 임원 평균보다 10세 가량 젊습니다. 임원진의 다양성도 축구협회에 꼭 필요한 요소입니다. 축구를 사랑하는 분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인사 얘기가 나온 김에 울산 현대 감독으로 부임한 홍명보 전무 후임으로 박경훈 전무를 발탁하셨습니다.

▶홍 전무님이 일을 잘 해주셨습니다. 판단이 빠르고 정확했어요. 제가 그분 덕을 많이 봤어요. 협회 전무로 일하면서 희생을 많이 해주셨죠. 신임 박 전무님은 합리적인 성격과 유연한 소통 능력을 갖추셨습니다. 다양한 감독 경력에다 협회 이사, 기술위원 등 충분한 경험을 했어요. 축구계의 평판도 좋고 활동폭도 넓은 분이라 갈등을 조율하고 협의하는 전무이사 업무를 잘 수행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디테일에 강하고 타인의 감정도 세심하게 파악하시는 것도 장점입니다. 사실 이번에 전무직을 제의하면서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전주대학교에서 65세까지 정년이 보장돼 있었는데 그 자리를 사직해야 했습니다. 안정된 노후를 포기하고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수락해줘서 고맙습니다.

-이번에 부회장단, 위원장, 이사진 구성에서 큰 폭의 변화를 주셨는데요. 또 임원들의 임기를 2년으로 줄이면서 재평가 의지를 보였는데 시사하는 바가 커보입니다.

▶이번에 부회장단을 발표하면서 그 분들의 역할 파트를 명확히 나눴습니다. 이렇게 파트를 나눠서 발표한 것은 처음입니다. 부회장단 모두 각 분야 실무진과 소통하는 실질적인 리더쉽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임원의 임기를 2년으로 바꾼 것은 적극적인 활동을 요구하는 겁니다. 이름만 걸어둔 명예직이 아닌 행동하는 임원의 모습입니다. 2년간 평가를 통해 다음 임기를 결정하는 '2+2' 방식입니다.(정 회장은 이번에 홍은아(여자축구&심판) 김병지(생활축구&저변확대) 김대은(시도협회) 조현재(대관&축구종합센터) 이용수(기술&전략) 최영일(대회운영) 부회장을 선임했고 역할도 구체적으로 부여했다)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이 본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1.02.01/
◇저비용으로 축구하게 만들어 부모 부담을 줄여주자

-취임사에서 저변 확대를 여러번 강조를 하셨는데요. 실질적인 실천을 위한 구체적인 준비를 하고 있습니까.

▶제가 요즘 '저변확대'를 매우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금껏 노력한 디비전시스템과 K리그의 22세 이하 선수 의무 출전 조항도 젊고 능력 있는 인재들에게 기회를 주자는 '저변 확대'의 일환이었습니다. 앞으로 더욱 중요한 것은 어린 아이들의 '저변 확대'입니다. 더 많은 아이들이 축구를 즐겨야 합니다. 그래야 축구 인구도 늘고, 축구 산업의 '파이'도 커집니다. 그렇게 되어야 대표팀 경쟁력에도 도움이 됩니다. 정규 규격이 아닌 공간에서 축구 기술을 연마하고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새로운 '포맷'들을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어린 아이들이 축구에 흥미를 갖게 만들 수 있는 방안들을 연구할 것입니다. 그동안 전국대회가 과도하게 많았습니다. 그로 인해 대회 참가비용이 늘어 학부모님들의 부담이 컸습니다. 유입된 유소년 축구 인구를 유지시키기 위해 비용이 적게 드는 구조로 학원축구를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부분도 초중고 발전위원회를 통해 연구하겠습니다.

-초중고 특기자 시스템 개선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셨는데요. 팀 성적 중심이 아닌 선수 역량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건 매우 혁신적으로 보여집니다.

▶축구는 팀 스포츠이지만 팀 성적만을 가지고 개인을 100% 평가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우리 축구는 어릴적부터 선수 개인의 역량 보다 너무 팀 성적에 매물돼 있었습니다. 이제는 팀 성적과 개인 역량을 균형있게 고려해야 합니다. 이미 협회는 작년부터 시범적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실례로 작년 고등리그 왕중왕전 참가팀 모두에게(150팀) 45개 세부지표로 이루어진 경기분석 데이터와 영상을 제공했습니다. 조급하게 추진하기 보다 시범 운영을 통해 꼼꼼히 문제점을 파악하고 모두가 인정할 만한 객관성을 확보하는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협회는 여러 문제점을 노출했던 고등, 중등, 초등연맹을 작년에 흡수 통합했습니다. 취임사에서 밝힌 초중고 발전위원회의 청사진을 좀 구체적으로 밝혀주세요.

▶초중고 연맹은 이제 시대적 소임을 다했습니다. 축구 발전을 위한 대안이나 정책은 전혀 내놓지 못한 채 조직 생존에만 급급했습니다. 협회와의 정책 일관성도 결여됐습니다. 초중고 발전위원회는 초중고 대회를 재편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번에 이사로 선임된 양승운 광운전공고 부장, 한상신 전 이리동중 감독, 최광원 대동초 감독이 '초중고 발전위원회'에서 각 파트(초중고)의 수장이 되어 현장 지도자들과 위원회를 구성하게 됩니다. 파트별로 취합된 현장의 의견들을 3명의 이사들이 수렴해 정책을 개발하고 이사회에 상정해 새로운 초중고 대회 개편안을 확정하게 될 것입니다. 위원회는 조만간 구성될 예정이며 올해 상반기안에 개편안을 만들고 여름 대회부터 적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이 본지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1.02.01/
◇새로운 수익처를 발굴하자

-코로나19로 협회도 새로운 수익 다변화와 신사업개발의 필요성을 절감했는데, 취임사에서도 자체 중계제작, OTT 플랫폼 활용 같은 콘텐츠 재가공 등의 새로운 사업 개척의지를 피력하셨습니다.

▶올해도 대회 취소 등으로 인한 단기적인 피해는 불가피합니다. 그래도 작년 결산을 보면 임직원들의 노력으로 외부 예상보다 손실을 많이 줄일 수 있었습니다. 또 FIFA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회원국들에게 제공하는 차입금(500만달러·약 56억원, 무이자 분할상환)을 통해 단기적인 손실분을 메울 수 있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수익구조 다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동안 협회 자체 수입의 약 88%(2019년 기준)가 TV 중계권, 스폰서십, 입장권 수익입니다. 3가지 전통적인 수익 모델 외에 다른 수익처를 발굴해야 합니다. 저변 확대를 통해 등록 인구를 늘리면 자연스럽게 등록비 수입이 늘어납니다. 축구 선진국과 비교하면 등록비의 비중이 현재보다 높아져야 합니다. 또 뉴미디어 및 OTT 서비스로 중계권의 판로를 확장하고, MD(머천다이징)와 같이 팬 릴레이션십 기반 사업들도 지금보다 커져야 합니다.

-3선이 확정된 후 협회 직원 전원과 이례적으로 개별 면담을 하셨습니다. 조직 구성원의 생각과 조직 구조의 문제를 직접 확인하셨는데요.

▶직원 1명당 20분 정도 얘기를 나눴는데, 그동안 내가 몰랐던 걸 많이 알게 됐어요. 꼼꼼히 적어두었고 매일 면담이 끝나면 주요 임원들과 직원들이 낸 아젠다(agenda)를 토의했습니다. 당시 면담의 결과가 이미 여러 곳에 반영되고 있습니다.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잘 활용하겠습니다. 매우 보람된 시간이었고 앞으로 직원은 물론 축구계 다양한 분들과 소통할 겁니다.


정리=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이 본지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1.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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