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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주고 싶었다."
개막전부터 각 팀의 사정에 따라 묘안과 편법이 속출했다. 27일 전북-서울전에선 'U-22 국대 골키퍼' 송범근이 2001년생 골키퍼 김정훈과 교체됐다. 수원FC는 대구전에서 전반 16분만에 U-22 조상준-이기혁을 동시에 교체했고, 인천도 포항전에서 전반 21분만에 박창환-김채운을 조기에 바꿨다.
영플레이어의 성장을 이끌기 위한 U-22 제도가 현장에선 오히려 어린 선수의 기를 꺾는 결과로 이어지자 새 제도에 대한 논란도 고개를 들었다. '어린 선수가 짧게라도 기회를 받는 것 자체가 의미있다'는 긍정론과 '교체용 10~20분 출전이 실질적으로 선수의 성장에 무슨 도움이 되겠냐'는 회의론이다. 울산전을 앞두고 김병수 강원 감독은 관련 질문에 "U-22 규정이 복잡한데, 왜 이렇게 하는지 모르겠다. 15분 만에 2명을 교체하는 게 과연 올바른 것인가, 이것이 어린 선수를 키우는 것인가. 전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돌직구를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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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만이 아니었다. 팬들의 기대 속에 선발 출전한 강윤구는 전반 45분을 빼곡히 채웠다. 전반 초반 실수도 있었지만 데뷔전을 치르는 19세 선수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침착하고 노련했다. 강원 공격수 김대원을 잡으려 유니폼을 잡아당기다 프로 첫 옐로카드를 받아들긴 했지만 2-3선, 좌우를 바지런히 누비며 달리고 연결하며 찬스를 만들고 공간을 메워냈다. 왼쪽 라인에서 쇄도하는 김인성을 향한 롱패스, 오른쪽 라인 이동준, 김태환과의 연계는 인상적이었다. 김지현이 문전에서 프리킥을 얻어내는 장면에서도 함께 싸워준 강윤구의 분투가 있었다.
4년만에 현장에 복귀한 홍 감독의 K리그 데뷔전, 승리가 반드시 필요한 홈 개막전에서 19세의 어린 선수가 움직임은 희망이었다. 홍 감독은 어리고 당찬 이 선수에게 전반 45분을 오롯히 부여했다. 경기후 소감에서 홍 감독은 "강윤구 선수가 오늘 K리그 첫 경기에 출전했고, 실수도 있었지만 나름대로 좋은 플레이를 해줬다. 짧게 뛸 수도 있었겠지만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주고 싶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후반 25분 이미 5대0으로 승리가 확정적인 상황, 홍 감독은 U-22 선수들을 적극 기용했다. 후반 35분 모든 것을 쏟아낸 김지현을 대신해 U-22 공격수 김민준이 데뷔전을 치렀고, 클린시트를 지켜야할 후반 42분엔 쥐가 날 만큼 뛴 풀백 설영우를 대신해 울산 유스 센터백 김태현이 복귀전을 치렀다. 이유 있는 시간대에 명분 있는 교체였다. 울산 U-22 선수 모두가 힘을 번쩍 얻을 첫 경기였다. 구색 맞추기용이 아닌 명실상부한 U-22 기용을 통해 '선수의 성장'과 '팀의 승리'라는 내용과 결과를 모두 잡았다.
울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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