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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에 꼭 나가야만 하는 이유, 유상철 감독님."
이달 초 가나와의 평가전을 위해 제주에서 훈련하던 중 스승의 부음을 접했다. "대표팀에서 소식을 들었다. 멍해지면서 아무 생각이 안들더라. 감독님 장례식에도 너무 가고 싶었는데…"라며 진한 회한을 전했다."울산대에서 처음으로 유 감독님의 지도를 받았다. 너무 많은 걸 배웠다. 무엇보다 감독님은 제 포지션을 변경해 주신 분이다. 주위 사람들이 우스개 소리로 포지션 안 바꿨으면 절대 프로선수 못됐을 거라고 한다. 정말 내가 프로에서, 대표팀에서 이렇게 뛸 수 있는 건 유 감독님 덕분"이라고 고개 숙였다.
"도쿄올림픽에 꼭 나가야만 하는 이유도 유상철 감독님이다. 감독님 제자가 올림픽에 뛰고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 메달을 꼭 따와서 감독님 영전에 선물해 드리고 싶은 생각이 제일 크다." 수화기 너머 어린 제자의 목이 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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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서 설영우의 포지션 경쟁자는 베테랑 '국대 좌우 풀백' 김태환, 홍 철이었다. "올림픽팀에서 자신 있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소속팀 형들 덕분이다. 형들과 함께 뛴 덕분에 자신감이 생겼다. 동년배 친구들에게 기죽을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드니까 가진 걸 다 보여줄 수 있었다. 형들이 한몫 하셨다"며 공을 돌렸다. 평소 돌직구 조언을 서슴지 않는 국대 형들은 살가운 후배 설영우의 올림픽행을 누구보다 반겼다. "형들이 너는 어차피 스파링 상대니까 대충 하고 오라시더니 막상 제가 명단에 들어가니 제일 기뻐하시더라"고 했다. "(홍) 철이형은 왼발 안 쓸 거면 남주라고 한다. 태환이 형한테 칭찬 듣는 건 제일 어렵다. 형들이 있어서 여기까지 오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됐다. 특히 태환이형의 투혼, 경기전 '김태환 싸움 모음' 영상 보면서 투쟁심을 바짝 끌어올린다"며 하하 웃었다.
대표팀 내에선 1997년생 이동준, 이동경, 원두재 등 '터줏대감' 울산 형들의 존재가 든든하다. "가나전 후반전 4명이 오른쪽 라인에 나란히 섰는데 순간 K리그 같았다. 눈빛이 서로 통했다. (이)동준이 형 골 장면도 우리에겐 아주 익숙한 장면이었다. 형들이 있으니 자신감이 절로 생긴다"며 미소 지었다. "일주일 후 최종명단이 발표된다. 후회없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드리겠다"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
올림픽 메달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설영우는 '백전노장' 김학범 감독을 향한 선수들의 절대 신뢰를 전했다. "우리끼리 김 감독님을 말할 때 하는 말이 있다. 18명 안에 드는 게 힘들지, 그 안에만 들면 감독님은 어떻게든 꼭 메달을 갖고 오실 분이다. 오랜 시간 지켜본 감독님은 그런 힘이 느껴지는 분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직 18명 명단 안에 든다는 목표만 갖고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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