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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익수 선택한 FC서울의 명확한 방향성, 그는 난파선을 구해낼 수 있을까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21-09-07 15:03



[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우승에 도취되지 말라." "성과를 냈다고 만족해서는 안된다."

안익수 선문대 감독이 올해 열린 대학축구 춘계연맹전, 추계연맹전 우승 후 선수들에게 남긴 메시지다. 그가 가진 방향성은 분명해 보인다. 과연 '호랑이'라고 불리우는 안 감독이 난파선 FC서울도 구해낼 수 있을까.

서울이 감독 교체 강수를 뒀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광주FC와 불협화음까지 내며 야심차게 데려왔던 박진섭 감독이 한 시즌도 채우지 못하고 팀을 떠나게 됐다. 서울은 27경기를 치른 시점 승점 25점으로 최하위. 지금 분위기를 바꾸지 않으면 강등이 현실화 된다는 압박감에 감독, 단장을 모두 낙마시켰다.

그리고 선택한 카드가 바로 안 감독이다. 안 감독은 선문대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프로팀 감독이 돼 지금의 위기를 넘길 수 있는 힘이 있느냐 할 수 있겠지만 나름 준비된 지도자다. 서울에서 수석코치를 한 경험이 있고, 성남에서는 감독과 코치를 모두 역임했다. 부산 감독에 이어 여자국가대표팀과 U-18 대표팀 감독도 거쳤다.

최근 눈에 띄는 건 선문대에서의 활약. 2018년 선문대 감독으로 부임해 3년 만에 그야말로 대학축구 판도를 바꿔놨다. 만년 중위권으로 평가받던 선문대는 안 감독을 만나 변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말 열린 U리그 왕중왕전 우승으로 시동을 걸더니 올해 열린 춘계연맹전, 추계연맹전을 모두 휩쓸었다. 대학 무대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메이저 3개 대회 연속 우승이다. 대학축구 신흥 강자로 우뚝 섰다.

선문대 축구의 기조는 강력한 수비,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정확한 역습이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선수들의 특성을 잘 간파해, 팀으로서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낼 수 있는 전술을 만들어낸 것이다. 3개 대회 연속 우승이라면, 안 감독의 전략이 잘 맞아떨어지고 있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또 하나 포인트는 안 감독의 마인드. 지도자 시절 내내 엄청난 카리스마로 '호랑이'라는 별칭을 얻었던 안 감독이다. 늘 선수들의 정신 자세를 강조했다. 지난 봄 춘계연맹전 우승 후에는 "운이 좋았다. 우승에 도취되지 말고 못했던 경기를 기억해야 한다. 선수들이 더 성장했으면 좋겠다"며 기쁨보다 냉정함을 유지했다. 지난달 29일 열렸던 추계연맹전 우승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자만하지 않고 끈임없이 발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아마추어 선수들은 성과를 내면 만족하는 버릇이 있다. 우승을 하지 못한 다른 팀들은 더 많은 준비를 한다. 우리가 그보다 더 준비를 하지 못하면 영광은 금세 끝나게 된다"고 밝혔다.

일단 현재 서울에 필요한 감독의 성향과 어느정도 맞아 보인다. 서울은 스타 군단이다. 이 스쿼드로 상위권에 있지 못하고 있는 자체가 난센스다. 그렇다고 박 감독을 폄하할 수 없다. 리그 최고 지략가 중 한 명이다. 이는 서울의 문제가 감독의 전략, 전술이 아닌 다른 부분에 있다는 걸 의미한다. 오히려 선수들의 정신적인 부분을 잡아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은 그라운드에서 맥 없는 플레이를 하는 선수들에게 비판이 집중됐다. 스타들과의 기싸움에서도 밀리지 않고, 팀을 하나로 묶어줄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서울은 그런 점에서 안 감독에게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보인다.


물론 대학과 프로 무대는 하늘과 땅 차이다. 전술 대결, 선수단 관리 등에서 프로 감독은 최고의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안 감독이 대학축구에서 단기간 내에 성공을 거뒀다고, 서울에서의 성공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다만, 서울이 어떤 쪽으로 방향성을 잡았는지 엿볼 수 있는 인사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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