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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제주 소년이 세상에 나온 것은 2009년이었다. 당시 20세 이하(U-20) 대표팀을 이끌던 홍명보 감독(현 울산 현대)은 한국 축구를 이끌 차세대 중앙수비수로 일찌감치 그를 낙점했다. 이집트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은 도약의 무대였다. 세계 대회에서 8강 진출로 화려한 비상을 시작했다. 이듬해 제주에서 프로에 데뷔하며 성인 무대에서도 꽃망울을 터트렸다.
그렇게 잊혀지는 듯 했다. 그때 전북 현대가 손을 내밀었고, 4년이 흘렀다. 눈물과 아픔은 어느새 환희가 됐다.
홍정호(32·전북)가 K리그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 그는 7일 서울 홍은동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대상 시상식' 에서 MVP(최우수선수상) 영예를 안았다. MVP는 그동안 주로 화려한 조명을 받는 스트라이커들에게 돌아갔다. 홍정호는 1997년 김주성(부산)에 이어 24년 만에 수비수로 MVP를 수상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중앙 수비수가 MVP를 차지한 것은 박성화(1983년) 한문배(1985년), 정용환(1991년), 홍명보(1992년), 김주성에 이어 6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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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호는 "정말 떨린다. 사실 수비수라 받을 수 있을지 고민도 했는데 뽑아주셔서 큰 상을 받을 수 있었다. 4년 전 해외생활을 마무리하고 한국에 왔을 때 성공하지 못한 선수라, 많이 뛰지 못하는 선수라 받아준 팀이 많지 않았다. 믿어준 팀이 전북이었다. 보답하고 싶었고 잘하고 싶었다"며 감격해 했다. 또 "감독님(김상식)은 오늘이 결혼기념일인데 나는 오늘 와이프 생일이다. 큰 선물 줄 수 있어 기쁘다. 예민한 신랑 잘 받아 준 아내에게 감사하고, 사랑하는 두 딸에게도 많이 놀아주는 아빠가 되겠다고 약속한다. 앞으로도 전북의 '벽'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며 미소지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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