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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2005년이었다. '축구 행정가'를 꿈꾼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54)이 진로를 바꿔 지도자의 길로 들어섰다. 2006년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대한민국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콕 집어 홍 감독을 코치로 선임했다.
최용수 강원 감독이 FC서울 사령탑 시절 이뤘던 800일 만의 50승 기록을 14일 앞당겼다. 홍 감독은 K리그에서 85경기를 지휘하며 50승22무13패를 기록했다.
지도자 홍명보도 늘 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환희와 눈물, 좌절, 재기, 희망이 함께 춤췄다. 코치 생활을 끝내고 처음으로 감독에 오른 것은 40세 때인 2009년이었다. 20세 이하 대표팀 감독을 맡았고, 그 해 이집트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18년 만의 8강 진출을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그 바람은 2012년 런던올림픽까지 이어졌다. 한국 축구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은 홍 감독이 빚은 작품이다. 동메달결정전에서 '숙명의 라이벌' 일본을 꺾고 목에 건 메달이라 감동의 물결은 곱절이었다.
'야인 시대'도 꽤 길었다. 세상의 가혹한 눈초리에 한국 축구와도 거리를 뒀다. 1년6개월 후 그라운드로 돌아왔지만 무대는 중국이었다. 항저우 뤼청(그린타운) 사령탑을 맡은 그는 이듬해 5월까지 중국에서 생활했다. 딱히 반전도 없었다. 그렇게 홍 감독의 지도자 인생도 끝이 나는 듯 했다.
먼 길을 돌아 처음 품었던 꿈인 행정가로의 새 길이 열렸다. 홍 감독은 2017년 11월 17일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로 첫 출근했다. '직장 생활'의 보람도 있었다.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만큼 파울루 벤투 감독 체제를 연착륙시키는데 산파 역할을 했다.
그 사이 그라운드에 대한 목마름도 지워지지 않았다. 마음 한 켠에는 K리그가 있었고, 2020년 12월 울산이 그의 손을 잡았다. 최단 기간 50승은 지난해 17년 만의 울산에 K리그 우승을 선물한 환희와는 또 다른 작품이다. 첫 시즌 21승, 두 번째 시즌 22승에 이어 올 시즌에는 9경기 만에 벌써 7승(1무1패)을 수확했다. 울산 구단 사상 첫 K리그 2연패를 향해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홍 감독은 최단기간 50승 달성에도 쑥스러움이 먼저였다. "내가 했다기 보다 선수들이 매순간 승리를 위해 헌신했다.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래도 입가의 미소는 숨기지 않았다. 지도자 홍명보는 여전히 진화 중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