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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이런 슬픈 승리는 다시 하고 싶지 않네요."
사실 강원에겐 기적같은 승리였다. 경기 전 강원의 승리를 예상하기란 힘들었다. 서울의 엔트리에는 나상호 임상협 황의조, 윌리안, 일류첸코, 팔로셰비치 등 무시무시한 해결사가 즐비했다. 반면 강원은 22세이하 양현준 박상혁과 김대우가 전방에 섰고, 벤치 대기 갈레고를 제외한 외국인 선수 3명은 엔트리에 들지도 못했다. 게다가 서울은 팀 득점 공동 1위(18골), 강원은 최하위(6골)였다. 강원의 승리 확률이 '제로'에 가까웠지만 침묵하던 '영건' 양현준이 '폭풍 드리블'에 이어 선제골을 어시스트하는 등 2-0으로 앞서다가 2-2로 쫓긴 뒤 후반 45분 이웅희의 '극장골'로 승리했다.
그런 '짜릿함'의 여운이 남아 있을 줄 알았지만 최 감독의 속마음은 그게 아니었다. 그동안 힘든 상황에서 취재진 앞에서 인상을 쓰거나, 특유의 '입담'을 잃지 않았던 그는 '서울'이란 단어가 나오자 숙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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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감독과 서울의 '기구한 운명'은 1년 전에도 비슷하게 있었다. 지난 시즌 강원은 초반 2승1무1패로 잘 나가다가 디노의 부상 아웃 이후 연속 무승에 빠졌다가 9경기 만에 승리(1대0)했는데 상대가 서울이었다. '4무4패 후 승리'는 작년과 올해 똑같다.
강원의 현재 전력 구성상 굳이 서울을 이기겠다고 '묘수'를 쓸 형편도 아니었다.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어서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악착같이 버틴 것 뿐이었는데 하필 상대가 서울인 것이다.
강원에 부임하면서 새로 생겨난 흥행상품 '최용수 더비', 보는 팬들은 재미있겠지만 2년 연속 기구한 만남을 겪은 최 감독에겐 '슬픈 승리'였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런 감정은 더 이겨야 하는 입장에서 어찌보면 사치다. 정신차리고 10라운드 준비해야 한다"며 서둘러 훈련장으로 향한 최 감독은 이내 '독수리'로 돌아갔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