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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글은 누구보다 의지가 강한 선수다. 운동을 통해 스스로 잘 이겨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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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첫 월드컵은 가혹했다. 전반 39분 린다 카이세도의 슈팅을 펀칭으로 막아낸 것이 뒤로 흐르며 쐐기골을 내주며 통한의 패배를 떠안았다. 지난 4년간 누구보다 성실하고 간절하게 월드컵을 준비해온 선수, 축구 욕심도 크고, 국가대표의 책임감도 큰 선수인 만큼 예기치 않은 실수가 더욱 뼈아팠았다.
2019년 캐나다 대회에 이어 2연속 여자월드컵에 함께하고 있는 정유석 골키퍼 코치는 "굉장히 의지가 강하고 축구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선수다. 어제 정말 큰 영광과 책임감을 가지고 1차전에 나섰었다. 항상 알아서 스스로 운동하는 선수이고, 해외 경험도 있고, 무엇이든 알아서 잘하는 선수다. 심리적으로 강한 선수다. 제가 항상 믿는 선수"라고 말했다. "지도자로서 제가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 무한 책임을 느낀다. 우리 3명의 골키퍼(김정미, 윤영글, 류지수)들과 함께 오늘부터 모로코를 어떻게 대비할지 함께 생각하고 있다. 어젯밤에도 서로 경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선수가 빨리 심리적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포커스를 맞추고 모로코전을 잘 준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러면서 정 코치는 실점이 숙명인 골키퍼 포지션의 제자를 따뜻하게 다독였다. "축구는 한경기당 2.53골이 나온다. 평균적으로 한 골 이상은 먹는다는 뜻이다. 골키퍼는 매경기 실점을 할 수 있고 그에 대한 골키퍼들의 스트레스를 어떻게 최소화하면서 실수를 교훈 삼아 어떻게 미래를 가져갈지 함께 고민해야 있다. 사람의 영역에서 실수는 늘 나오는 것이고, 어젠 좀 안타까운 실수가 나오긴 했지만 우리는 또 이 실수를 통해 배우고 다음 경기에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골키퍼들이 더 빨리 멘탈리티를 회복하게 잘 보듬어주고, 준비시키는 것이 제가 해야할 일이다. 실수는 어쩔 수 없는 골키퍼의 숙명"이라고 덧붙였다. "윤영글 선수는 운동으로 받은 스트레스는 운동으로 푸는 선수다. 신체적 정신적 회복도 빠르고, 축구 외에 다른 것엔 신경도 쓰지 않는 선수이고 운동에 대한 열정과 진심을 가진 선수라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84년생 베테랑 김정미는 세 번째 월드컵, 87년생 윤영글은 두 번째 월드컵이다. 다음 대회 땐 모두 40대가 된다. 앞으로 대한민국 여자축구에 김정미, 윤영글 양대 골키퍼를 넘어서는 후배가 나올 수 있을까, 정 코치는 "이번 대회 골키퍼들도 엄청난 발전을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2019년에도 이 부분을 국내에서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고민했었는데 또다시 난감해진다"며 솔직한 심정과 현실을 말했다.
1400여 명 남짓한 여자축구 등록선수 가운데 골키퍼 자원은 얼마나 될까, 정 코치는 "유소녀 '골든 에이지' 골키퍼 프로그램을 진행해보면 한 학년에 5~7명 정도, 전국을 다 모아서 많아야 10명"이라고 답했다. "남자 같은 경우 한 학년에 250~300명의 골키퍼가 들어오고 그중에 좋은 자원을 뽑는다. 우리는 5명 남짓한 선수 중 중도에 그만두는 경우도 많고 쉽지 않은 구조"라고 설명했다.
극도로 한정된 자원 속에 '베테랑' 김정미, 윤영글의 클래스를 넘어설 미래 자원을 찾는 건 난제이자 과제다. 정 코치는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에 골키퍼 코치를 따로 둔 학교는 거의 없다. 대부분 코치 없이 개인교습으로, 독학으로 배운다. WK리그도 자주 가서 보는데 이런 열악한 과정에서 자란 우리 골키퍼들이 선전해 주는 것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시드니(호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