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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저도 답답하다. 쟁점인 10차 회의록을 공개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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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강위가 3월 제시 마시 감독, 헤수스 카사스 감독을 1-2순위 후보로 결정한 후 협회측이 협상을 시작하고, 이후 세금, 소속팀 등의 문제로 불발된 과정, 6월 싱가포르, 중국전을 앞두고 김도훈 임시감독을 선임한 과정, 매회차 위원들이 대한축구협회가 제시한 8가지 철학(전술역량, 육성, 지도자 성과, 대표팀 경험, 소통, 리더십, 인적 시스템, 성적)에 부합하는 추천 후보의 영상을 함께 보며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고, 국내감독이 좋은지 외국감독이 좋은지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개진하고, 후보를 추천하고 논의하는 과정, 후보들의 순위를 매겨 리스트업하고 최종후보로 줄여가는 과정 등이 모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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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회의 때부터 국내감독이냐, 외국감독이냐는 뜨거운 화두였다. 클린스만 사퇴 후 대표팀 분위기가 도마에 올랐던 시점인 만큼 소통과 화합을 위한 한국 감독 선임 필요성이 제기됐다. 한정된 예산. 타이밍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감독을 못 데려올 바엔 국내 감독에게 기회를 줄 때"라는 의견이 재차 나왔다. 다른 감독 후보군을 평가할 당시 홍명보 감독의 울산HD 경기, 5분 편집 영상도 함께 시청했고, 위원들이 울산HD 현장을 찾아 경기를 지켜보는 식으로 검증절차가 진행됐다. 10차 회의에서 '최다추천'을 받은 홍 감독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된다.
6월 21일, 10차 회의록을 보면 9차 회의에서 추려진 12인의 후보에 A위원이 새로 추천한 5명의 후보가 추가된다. 마지막 회의에서 후보를 추가하는 부분이 다소 의아하지만, 7~8차 회의에 불참한 A위원이 직접 추천, 제작한 영상을 전강위원들이 시청하며 의견을 제시한다. '13번' 감독(다비드 바그너)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눈 위원들은 17명 후보 모두를 대상으로 추천(복수투표)을 많이 받은 후보순으로 순위를 매겨 최종 리스트를 만들기로 한다. 추천 리스트를 보며 위원들은 다시 토론을 이어가고 협회 관계자는 위원들에게 선임 일정이 시급함을 환기한다. "빠르게 처리하지 못하면 7월이 넘어갈 수도 있다. 현직 감독이든, 외국, 국내감독이든 어떤 기준이 됐든 간에 위원님들이 충분히 논의하시고 오늘까지는 후보군이 추려지고 다음 비대면, 대면 면접으로 넘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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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재개된 회의, 정해성 위원장이 "지금까지 추천하신 후보가 5명"이라고 최종 리스트를 정리한다. 이어 전강위원들은 "순위를 여기서 다 매기는 것이 아니라 위원장님에게 맡기자"는 데 뜻을 모으고 결정권을 정 위원장에게 일임한다. "위원장님이 1번이 마음에 든다면 1번 가시고 5번이 마음에 들면 5번을 하시고" "다 동의한다" 등의 코멘트가 이어진다.
협회 관계자는 "위원님들의 오피셜한 기록에 남는 부분은 오늘 이 회차로 끝난다. 이후라도 각 위원님들이 이 말은 위원장님께 꼭 드려야겠다면 개인적으로 하시고, 위원장님도 정말 결정을 못하겠다, 하는 경우에 위원회를 소집하면 된다"며 사실상 이날 10차 회의가 마지막 의결 절차임을 알린다. 이것이 10차 회의록에 드러난 진실이다. 위원들 다수가 홍 감독을 추천했고, 생각이 다른 위원도 있었겠지만, 만장일치는 불가능한 상황에서 결정권을 위원장에게 위임했다.
결정 권한 위임 후의 절차는 아래와 같이 진행됐다. 7표를 받은 홍명보, 다비드 바그너, 6표를 받은 거스 포옛에 이어 헤수스 카사스, 그레이엄 아놀드 감독 등 5명의 리스트가 정리됐고, 권한을 위임받은 정 위원장은 외국인 감독 2명을 비대면으로 인터뷰했다. 아놀드 감독은 화상 면접을 거절했고, 카사스 이라크대표팀 감독은 월드컵 조별예선 이후에나 합류할 수 있다고 해 제외됐다. '1순위 홍명보, 2순위 바그너, 3순위 포옛' 순으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에게 보고했다. 7표, 동표로 공동 1위였던 바그너 감독의 경우 대표팀 경험이 없고 5명의 사단이 동행하는 비용 부담, 성적 비교 등을 통해 홍 감독을 1순위로 결정했다. 최종보고 자리에서 정 회장이 '외국인 감독도 대면 인터뷰를 할 것'을 제안했고, 전강위가 정한 1순위 대신 2~3순위를 만나러 가야 하는 상황에서 정 위원장이 건강 악화 등 일신상의 이유로 사퇴 의사를 전했다. 이임생 이사는 '1순위' 홍명보 감독 외에 남은 5명의 최종후보 4명 중 2~3순위였던 바그너와 포옛을 만난 후 정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1순위' 홍 감독으로 마음을 정했다. '11차' 임시 회의록에서 이 이사가 심층면접하기로 한 2명의 외국인감독은 '2~3순위'였고, 홍명보 감독이 '1순위'였다.
10차에서 최종후보 추천이 일단락된 후 협회가 협상에 나서기 직전 개최한 임시회의, 혹은 11차로 명명된 회의,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주관하고 위원 5명이 참석한 이 비대면 회의의 성격과 역할을 어떻게 규정할지가 문제다. 2일 문체위 감사 중간 브리핑에서 이 부분을 어떻게 판단할지가 관건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