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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민이 형, 난 안되나봐' 재기 노린 손흥민 절친 겸 왕년의 축구천재, '멸망엔딩'으로 끝난 2년만의 복귀전. 편 들던 감독마저 맹렬 비난

이원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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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3-16 18:21


'흥민이 형, 난 안되나봐' 재기 노린 손흥민 절친 겸 왕년의 축구천재,…
중계화면 캡쳐

[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2년 만에 재기의 꿈을 품고 그라운드에 나섰지만, 불과 10분 만에 '멸망 엔딩'을 보고야 말았다. 재기는 커녕 이대로 영영 그라운드에서 퇴출될 위험마저 감지된다.

왕년의 '손흥민 절친'이자 '잉글랜드 최고재능' 델레 알리(28·코모)가 16일(이하 한국시각) 이탈리아 세리에A 데뷔전이자 2년 만의 복귀전을 치렀다.

알리는 지난 1월 세리에A 승격팀인 코모와 1년 계약을 맺으며 재기를 꿈꿨다. 과거 토트넘 시절에는 '천재'로 불렸던 알리는 손흥민, 해리 케인, 크리스티안 에릭센과 함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총애를 받으며 'DESK 공격라인'의 일원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전성기가 너무 짧게 끝났다. 2015~2016, 2016~2017시즌에 연속으로 잉글랜드 프로축구선수협회(PFA) 올해의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한 데 이어 잉글랜드 대표팀 일원으로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도 출전해 4강 무대에서 뛰었다. 돌이켜 보면 이게 최전성기였다.


'흥민이 형, 난 안되나봐' 재기 노린 손흥민 절친 겸 왕년의 축구천재,…
사진=델레알리 SNS
이후 급격히 기량이 쇠퇴했다. 잦은 부상과 불성실한 훈련태도, 전혀 통제되지 못한 사생활 등으로 인해 토트넘 주전에서 밀려났고, 2022년 에버턴으로 떠났다. 그러나 에버턴에서도 계속 태도가 좋지 못했다. 그만큼 기량도 빠르게 떨어져 내렸다. 에버턴은 2022년 여름 튀르키예리그 베식타스로 임대보냈다.

알리는 베식타스에서 초반에는 좋은 모습을 보이는 듯 했다. 이적 초반 앙카라귀쥐전에서 데뷔골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세뇰 귀네슈 감독의 눈밖에 나며 출전기회를 얻지 못했다. 2023년 1월 18일 안탈리아스포르와의 경기에서 오랜만에 골을 넣으며 살아나는 듯 했지만, 이후 또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훈련 무단 이탈 등 계속 사고를 치던 알리는 결국 15경기 3골, 0도움의 기록만 남긴 채 에버턴으로 복귀했다.

그러나 에버턴에서 시작한 2023~2024시즌에 결국 단 한 경기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부상과 재활만 하다 시간을 다 보냈다. 이후 알리는 1년 간 무소속으로 재활을 이어가다 극적으로 코모와 계약했다.


'흥민이 형, 난 안되나봐' 재기 노린 손흥민 절친 겸 왕년의 축구천재,…
중계화면 캡쳐

드디어 복귀전 기회가 찾아왔다. 16일 이탈리아 밀라노 주세페 메아차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세리에A 29라운드 AC 밀란과의 경기에서 후반 36분 교체 투입됐다. 하지만 불과 10분만에 레드카드를 받았다. 후반 추가시간 1분 무렵 첼시 출신의 루벤 로프터스-치크와 볼경합을 펼치다 상대의 왼쪽 발목을 오른발로 밟았다.

상대선수가 쓰러지자 주심은 처음에는 옐로카드를 꺼냈다. 그러나 VAR(비디오판독) 온필드리뷰를 거쳐 레드카드로 바꿔버렸다. 코모 선수들과 벤치는 크게 당황해 주심에게 항의를 이어갔다. 심지어 상대 선수로 나온 전 토트넘 동료 카일 워커는 주심에게 다가가 알리를 퇴장시키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이색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알리가 그간 얼마나 많은 방황과 고생 끝에 복귀전을 치르게 됐는 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흥민이 형, 난 안되나봐' 재기 노린 손흥민 절친 겸 왕년의 축구천재,…
중계화면 캡쳐
그러나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심지어 세스크 파브레가스 코모 감독은 알리의 레드카드에 항의하다 퇴장을 당했다. 이 일로 파브레가스는 알리에 대해 크게 실망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 중에는 알리의 편을 들었지만, 경기 후에는 알리를 비난했다. 파브레가스 감독은 경기 후 현지 매체인 DAZN과의 인터뷰에서 "알리가 가진 경험을 고려했을 때 오늘 나온 퇴장은 심각한 실수였다. 팀을 어려운 상황으로 끌고 갔으며 오늘 경기에서 가장 나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흥민이 형, 난 안되나봐' 재기 노린 손흥민 절친 겸 왕년의 축구천재,…
사진=델레알리 SNS
그 다음 말이 더욱 의미심장하다. 파브레가스 감독은 "어쩌면 알리는 오늘 경기에 나갈 기회를 받을 자격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와 함께 훈련한 시간은 겨우 2주 뿐이다. 더 발전해야 한다"면서 "명백한 퇴장이고,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알리와 계약하고 출전까지 시켜주며 기회를 줬지만, 크게 실망한 모습이다. 이 상태라면 파브레가스 감독이 알리에게 또 출전 기회를 줄 가능성은 매우 적다. 알리가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다. 커리어가 이대로 끝장날 수도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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