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스포츠를 활용하는 이 행위는 개인 뿐만 아니라 기업, 심지어 정부 차원에서 자행되기도 한다. 파쇼 정권 치하에서 치러진 1934 이탈리아월드컵, 나치 독일 선전장으로 전락한 1936 베를린올림픽 등이 대표적 사례. 최근에도 2022 카타르월드컵, 항저우아시안게임, 2034 사우디월드컵 등 여러 국제 대회가 '스포츠워싱'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국제 대회 뿐만 아니라 구단 인수, 스폰서십에서도 스포츠워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유럽 축구계에 보폭을 넓히고 있는 르완다도 마찬가지다. 르완다 관광청은 최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하 AT마드리드)와 '비지트 르완자(VISIT RWANDA)'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했다. AT마드리드는 오는 6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부터 3년 간 훈련복 전면에 이 글귀를 붙이게 된다. 르완다 관광청은 AT마드리드에 앞서 김민재와 이강인이 각각 소속된 바이에른 뮌헨, 파리 생제르맹(PSG)과도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했고, 최근엔 아스널 남,녀팀과도 계약을 성사시켰다. 뮌헨, PSG는 최근 계약 연장을 통해 오는 2028년까지 비지트 르완다와의 스폰서십을 이어가게 됐다. 영국 BBC는 '르완다 관광청이 각 구단과 맺은 스폰서십 규모는 연간 1000만파운드(약 189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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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완다는 최근 아프리카 내 투자, 관광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 광폭 행보를 펼치고 있다. 축구 스폰서십 외에도 오는 9월 사이클 세계 선수권이 펼쳐지고, 한때 포뮬러1(F1) 개최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인권 탄압에 대한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 인접국 콩고민주공화국에선 르완다가 반군을 지원하고 있으며, 심지어 군을 투입해 이들을 돕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르완다 관광청은 AT마드리드와의 최근 스폰서십에 대해 "AT마드리드의 행보는 르완다가 추구하는 우수한 가치, 변화의 여정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AT마드리드 측도 "르완다는 끊임없이 성장하는 국가이며, 이번 계약은 클럽의 국제적 확장 목표의 일환"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런 설명에도 팬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거두고 있다. 뮌헨은 지난 2월 경기에 '비지트 르완다를 무관심하게 바라보는 건 클럽의 가치를 배신하는 것'이라는 비난 걸개를 걸며 항의했다. 아스널 팬들도 최근 열린 PSG와의 유럽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 앞서 경기장 앞에서 비지트 르완다 글귀를 가리기 위한 완장을 배포하며 '계약 파기'를 외치며 시위를 펼쳤다. 이 시위엔 PSG 팬들도 합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