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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손세이셔널' 손흥민(토트넘)이 첫 우승의 기회를 잡았다.
많은 기대 속에 출발한 올 시즌도 리그컵과 FA컵에서 탈락하고, 리그에서 16위까지 추락하며 고개를 숙였지만, 유로파리그 결승행으로 마지막 희망을 품게 됐다. 손흥민은 시즌 도중 토트넘과 계약을 연장하는 옵션을 발동했지만, 올 시즌을 끝으로 토트넘을 떠날 수 있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손흥민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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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지난달 11일 홈에서 열린 프랑크푸르트와의 유로파리그 8강 1차전(1대1 무)에서 상대 공격수 장 마테오 바호야의 뒤늦은 태클에 쓰러졌다. 손흥민은 후반 35분 교체아웃됐다. 여파는 생각보다 컸다. 13일 열린 울버햄턴과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2라운드 원정 경기(2대4 패)에 출전하지 못했다. 아예 출전 명단에서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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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전을 하루 앞두고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손흥민의 결장을 발표했다. 그는 "손흥민은 결국 독일 원정에 동행하지 않았다. 이번에 빠진 선수는 그가 유일하다. 몇 주째 발에 약간의 문제가 있었고, 그동안은 잘 버텨왔지만 지난 며칠 동안 통증이 심해졌다"며 "어제 훈련을 시도했지만,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그를 집에 남겨두고 회복에 집중하도록 하는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다행히 토트넘은 손흥민의 부재에도 1대0으로 승리하며 유로파리그 4강에 올랐다. 밖에서 경기를 지켜본 '캡틴' 손흥민은 자신의 SNS를 통해 'So so proud all of you!! Well done!! Let´s keep going(너희 모두가 정말 정말 자랑스럽다. 잘했다. 계속 전진하자)'라는 글과 함께 '하트' 이모티콘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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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보니 여러 이야기가 나왔다. 최근 부진으로 팀내 입지가 흔들리는 것과 연결해 '토트넘이 손흥민 없이 팀을 운영할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부터, '시즌 아웃' 예상까지 나왔다. 특히 근육 부상이 대부분이었던 이전과 달리, 발을 다쳤다는 점에서 걱정이 이어졌다. 스포츠 물리치료사이자 재활 전문가인 라즈팔 브라르 박사는 "발은 매우 복잡한 부위이고, 특히 프로축구처럼 격한 움직임이 반복되는 경기에서는 더 까다로운 부위"라며 "이 부상은 하루하루 상태에 따라 달라지고, 훈련과 치료에 대한 반응이 중요하다"고 했다.
결장은 길어졌다. 6경기 연속으로 명단에서 제외됐다. 중요했던 유로파리그 4강 1차전도 빠졌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은 경기에 나서지 않을 거다. 훈련 중이지만 아직 팀에서 떨어져 있다"라며 "컨디션이 좋아지고 있으니 곧 복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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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매디슨과 루카스 베리발까지 시즌아웃되며, 중원에 공백이 생긴 토트넘은 이날 데얀 쿨루셉스키, 로드리고 벤탕쿠르, 이브 비수마로 미드필드진을 꾸렸다. 최전방은 브레넌 존슨-도미닉 솔랑케-히샬리송을 내세웠고, 포백은 데스티니 우도기-미키 판 더 펜-크리스티안 로메로-페드로 포로가 구성했다. 골문은 굴리엘모 비카리오가 지켰다.
토트넘은 초반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하며 기회를 모색했다. 전반 22분 포로의 날카로운 프리킥을 시작으로 토트넘이 공세에 나섰다. 득점이 필요한 보되도 반격했다. 33분 베르그의 프리킥을 비카리오가 가까스로 막아냈다.
전반 막판 토트넘은 코너킥 상황에서 비수마에게 기회가 왔지만, 공은 골대 위로 넘어가며 아쉬움을 삼켰다. 결국 전반은 0-0으로 마무리됐다.
후반에도 양상은 비슷했다. 토트넘은 단단한 수비력을 과시했다. 후반 18분 토트넘이 0의 균형을 깼다. 코너킥 상황에서 로메로가 헤더로 연결했고, 솔랑케가 몸을 날리며 슈팅으로 연결했다. 이는 선제골로 이어졌다. 사실상 승부를 결정짓는 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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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의 결승 상대는 맨유다. 맨유는 같은 날 열린 2차전에서도 아틀레틱 빌바오에 4대1 대승을 거뒀다. 1, 2차전 합계 7대1로 승리한 맨유는 토트넘과 우승을 두고 다툰다. 맨유 역시 올 시즌 최악의 모습을 보이며 유로파리그 우승이 절실하다.
토트넘 입장에서 호재가 많다. 토트넘은 올 시즌 맨유에 강했다. 올 시즌 토트넘은 3차례 맨유와 격돌해 모두 승리를 거뒀다.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리그 첫 맞대결에서 3대0 승리를 거둔 것을 시작으로, 토트넘 홈에서 열린 카라바오컵 8강전에서도 4대3 승리를 챙겼다. 지난 2월 토트넘 홈에서 열린 리그 2차전에서도 1대0으로 웃었다.
여기에 일정까지 토트넘의 흐름이다. 리그 일정 변경됐다.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유로파리그 결승전 참가 가능성을 염두에 둔 토트넘의 요청으로 토트넘과 애스턴 빌라의 37라운드 경기를 17일 오전 3시 30분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애스턴빌라의 홈구장인 영국 버밍엄 빌라 파크에서 열릴 이 경기는 당초 18일 오후 10시 15분 킥오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유로파리그 우승에 도전하는 토트넘이 일정 변경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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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파리그 결승전은 22일 스페인 빌바오의 에스타디오 산 마메스에서 개최된다. 과연 손흥민과 토트넘은 무관의 한을 풀 수 있을까.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