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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공존하는 분위기"...'K리그 최초 중립석' 올팬존이 만든 특별한 장면, 수요 적어도 확실했던 의미

기사입력 2025-06-20 06:30


[현장에서]"공존하는 분위기"...'K리그 최초 중립석' 올팬존이 만든 …
제주=이현석 기자

[현장에서]"공존하는 분위기"...'K리그 최초 중립석' 올팬존이 만든 …
제주=이현석 기자

[제주=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아직은 어색하지만, 다름을 이해할 완충 지대가 가지는 의미는 확실했다. 18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 SK와 광주FC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19라운드 경기에는 특별한 공간이 있었다. 홈인 제주만을 응원하지도, 원정인 광주에만 환호하지도 않지만, 경기에는 열광하는 팬들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함께 했다.

제주는 5일 중립석인 '올-팬 존(All-Fan Zone)'을 선보인다고 발표했다. 해당 좌석은 팀에 관계 없이 축구를 편하게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이다. 기존 K리그에서 시행되던 홈과 원정 팬들의 관람석과 동선을 철저하게 분리해야 하는 규정을 완화 협의해, 최초로 통합 응원문화를 시도하는 일환으로 신설됐다. 중립석을 도입한 가장 큰 이유는 제주라는 특수성이다. 제주는 K리그 경기를 보기 위한 목적으로 방문하는 팬들 외에도 관광을 즐기기 위해 찾는 사람들이 많다. 중립석 도입을 통해 원정팬을 넘어, 가볍게 K리그를 즐기고자 하는 팬들, 여행의 일환으로 방문한 팬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

현장에서 올팬존을 경험한 팬들은 자리의 이유를 충분히 느꼈을까. 이미 14일 대구FC전서 첫선을 보였던 중립석은 이번 광주와의 경기에서도 운영됐다. 아직은 수요가 많지 않았다. 수학여행차 방문한 천안제일고 학생들이 해당 좌석에 모여있었으며, 다른 팬들은 수가 적었다. 홈, 원정 문화가 익숙한 팬들은 각각 제주와 광주의 응원석으로 향하기도 했다. 하지만 적은 수에도 올팬존에 자리한 팬들은 올팬존이 존재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했다.


[현장에서]"공존하는 분위기"...'K리그 최초 중립석' 올팬존이 만든 …
제주=이현석 기자

[현장에서]"공존하는 분위기"...'K리그 최초 중립석' 올팬존이 만든 …
제주=이현석 기자
이날 올팬존 한 자리에는 제주SK의 유니폼과 광주FC와 연고가 같은 KIA타이거즈의 유니폼을 동시에 입고 온 한 아버지와 아들이 앉아 있었다. 제주, 광주의 열띤 응원을 모두 보며 경기를 즐겼다. 이들은 올팬존 선택 이유에 대해 "제주에 살고 있어서, 제주의 팬이기도 하지만, 외가가 광주여서 KIA 타이거즈도 팬이다"라며 "대구전 때도 올팬존을 예약해서 응원했다. 응원 열기와는 거리가 있지만, 올팬존에서 조금 더 마음 편하게 경기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제주도, 광주도 경기장에서는 적이지만, 응원하는 팬들은 같은 사람이다. 서로 존중하는 마음은 무너져서는 안 된다고 본다. 공존하는 분위기에서 올팬존이 생기니까 더 좋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서울 유니폼을 입은 팬은 제주와 광주가 아닌 다른 팀을 응원하지만, K리그를 즐기기 위해 올팬존에서 경기를 지켜보기도 했다.

제주 구단은 올팬존을 이용하는 팬들을 위한 여러 장치도 마련했다. 예매 시점에 '상호 응원 존중' 문화에 동의해야 입장할 수 있다. 단체 걸개, 구호, 깃발, 드럼 등 서포팅 행위는 금지된다. 화장실을 포함한 부대시설의 이용도 홈석, 원정석을 선택하여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 중이다. 구단 관계자는 "제주라는 특성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자리"라며 "제주에는 다른 팀을 응원하는 팬들도 있고, 육지에서 온 여행객, 이주민도 많다. 이런 분들이 편하게 방문하여 볼 수 있는 자리다"라고 했다.

'공존과 상생', '함께 즐기는 K리그'는 제주가 꾸준히 지켜온 공감대다. 지난해 반려견과 함께 관람하는 '멍멍 데이'를 시도했고, 올해는 '제주 조합원 DAY'로 지역사회의 상생 행사를 진행하는 등 이런 노력이 처음이 아니다. 중립석 또한 홈, 원정, 그리고 일반 팬들이 다름을 이해하고, K리그의 성장을 위해 상생 정책의 일환으로 꾸준히 준비한 결과물이다.
제주=이현석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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