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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월드컵 다음은 월드리그? '친트럼프+사우디' FIFA의 행보, 과연 어디로 향할까

기사입력 2025-07-13 21:29


클럽월드컵 다음은 월드리그? '친트럼프+사우디' FIFA의 행보, 과연 …
AF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글로벌 축구 황금기가 시작됐다."

2025 클럽월드컵 결승전을 앞둔 13일(한국시각). 미국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기자회견을 연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이렇게 선언했다. 클럽월드컵은 그동안 대륙-국가 협회 단위에 머물렀던 FIFA의 지배력이 클럽 영역까지 확대된 첫 사례. 인판티노 회장의 이번 발언은 클럽월드컵 성공을 자평하면서 사실상 '승리 선언'을 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FIFA가 클럽월드컵 확대 개편 계획을 밝힐 때만 해도 반발이 대다수였다. 축구 헤게모니를 쥔 유럽이 중심이 됐다.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등 빅클럽들이 보이콧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FIFA가 카타르월드컵(4억4000만달러)의 두 배가 넘는 10억달러(약 1조3795억원)의 총상금 규모를 발표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불만은 사라졌다. 대회 진행 과정에서 날씨, 시설, 관중 동원 문제로 불만이 이어졌지만, FIFA는 이번 대회를 성공으로 평가하고 있다. 인판티노 회장은 "이번 대회로 20억달러(약 2조7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창출했고, 경기당 평균 3300만달러를 벌었다. 세계 어떤 컵 대회보다 큰 수치"라며 "관중수도 총 250만명 이상에 경기당 평균 4만명꼴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제외하면 이런 수치는 세계 어느 리그에서도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클럽월드컵 다음은 월드리그? '친트럼프+사우디' FIFA의 행보, 과연 …
AFP연합뉴스
각 대륙 연맹이 주관하는 클럽대항전 울타리를 깨기 위한 시도는 꽤 오래 전부터 있었다. 2000년에는 14개 빅클럽이 모여 G-14라는 단체를 창설했고, 2008년 해체된 G-14의 바통을 ECA(유럽클럽협회)가 이어 받았다. 2021년엔 레알 마드리드, FC바르셀로나, 유벤투스가 중심이 되고 EPL 빅클럽 등이 참가하는 유러피언 슈퍼리그(ESL) 창설 움직임이 일기도 했다. 미국 투자회사 JP모건으로부터 60억달러에 이르는 투자 유치까지 받았다. EPL 클럽들이 참가 의사를 철회하면서 ESL은 무산됐으나, FIFA와 유럽축구연맹(UEFA)을 긴장시키기엔 충분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클럽 단위의 움직임이 FIFA 주도 하에 이번 클럽월드컵에서 실현됐다.

클럽월드컵 기간 가장 눈에 띈 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인 공공투자기금(PIF)의 광고다. 네옴(NEOM) 등 중동 국책 자본들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주관 국가, 클럽 대회에서 스폰서로 참여하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세계구급 대회에선 생소한 모습. 특히 소비재 산업과는 거리가 먼 PIF가 대회 기간 내내 전자보드 등을 통해 광고까지 송출하는 모습은 이례적이다. 유럽 현지 언론들은 FIFA가 UEFA 및 클럽들의 반대 움직임에도 클럽월드컵을 밀어 붙일 수 있었던 건 사우디의 실세이자 세계 최대 부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세자 겸 총리가 이끄는 PIF의 역할이 절대적이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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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연합뉴스
인판티노 회장이 클럽월드컵을 앞두고 보인 행보도 주목해 볼 만하다. 그는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백악관에 클럽월드컵 트로피를 들고 간 바 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 동행했다가 FIFA 총회에 무려 6시간을 지각해 알렉산데르 체펠린 UEFA 회장으로부터 공개 비판을 받고, UEFA 회원국들이 회의장에서 집단 퇴장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번 클럽월드컵 기간엔 트럼프 대통령의 상징인 뉴욕 트럼프타워에 FIFA사무소를 개설했고, 결승전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영국 인터넷매체 인디펜던트는 '인판티노 회장은 대회 내내 마크 저커버그, 제프 베이조스 같은 창업자처럼 행동했다. 이번 클럽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걸 증명한 건 PIF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는 시각이 있지만, 여러 클럽들이 그동안 PIF에 지분을 매각하려 시도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각에선 (사우디프로리그와 PIF의 투자가 지속되면) 2007년 인도의 T20월드컵 우승을 계기로 인디언 프리미어리그(IPL)가 크리켓을 장악했던 모습과 같은 빅뱅을 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며 '앞으로 유럽 빅클럽들이 FIFA에 영향력을 행사해 사우디클럽에 PSR(주가매출비율) 방식의 규정 도입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또 '남미 팬들은 클럽월드컵에 열광했고, 지상파 채널 시청률도 좋은 편이었으나 유럽은 정반대였다. 이 대회가 실제로 성공적이었는지, 지속될 가치가 있는지는 개인의 관점 및 소속 대륙에 달려 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유럽챔피언스리그를 대체할 유니파이리그를 제안했던) A22 관계자들과 플로렌티노 페레즈 레알 마드리드 회장이 최근 뉴저지에서 만남을 가졌다'며 '소식통에 따르면 FIFA 내 테스크포스에서 국내 리그, A매치 주간, 국제 대회를 1년 내 비슷한 기간으로 나눠 치르는 방식도 연구 중이다. 단순 아이디어 차원의 논의로 여겨지고 있으나, FIFA가 ESL 등 다음을 대비하는 계획을 진행 중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전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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