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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9년11개월 만의 한일전 승리는 이루지 못했지만 짜릿한 동점골로 한여름밤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렸다. .
신상우호가 13일 오후 8시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펼쳐잔 2025년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난적' 일본과의 2차전에서 1대1로 비겼다.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되는 한일전이지만 최근 한일 여자축구의 격차는 분명했다. 닐스 닐센 감독이 이끄는 일본은 FIFA랭킹 7위, 신상우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은 FIFA랭킹 21위. 2011년 독일여자월드컵 우승, 2015년 캐나다여자월드컵 준우승팀인 일본은 2019년 프랑스월드컵 16강, 2023년 호주·뉴질랜드월드컵 8강에 올랐고, 한국이 한번도 밟지 못한 올림픽 무대서도 2012년 런던 대회 은메달, 2021년 도쿄, 2024년 파리 대회 잇달아 8강에 올랐다. 2014년, 2018년 여자아시안컵 2연패에 이어 동아시안컵에서도 2019년, 2022년에 이어 3연패에 도전중이다. 최근 한국이 1무1패로 고전한 콜롬비아를 상대로 6대1 대승을 거뒀다. 한일전 역대 전적은 4승11무19패. 2015년 8월 동아시안컵 2대1 승리 이후 10년 가까이 무승(3무5패)이다. 2022년 동아시안컵에선 지소연이 동점골을 터뜨리고도 1대2로 패했다. 신상우 감독 부임 직후 지난해 10월26일 일본 원정 데뷔전에선 0대4로 대패했다. 9개월 만의 안방 리턴매치, 한일전에서 태극낭자들이 이를 악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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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인천현대제철)이 골키퍼 장갑을 낀 가운데 장슬기(경주한수원), 노진영(문경 상무), 고유진(인천 현대제철), 김혜리(우한 징다)가 수비라인에 포진하고, 중원에 정민영(서울시청), 이금민(버밍엄시티), 지소연(시애틀 레인 FC), 강채림(수원FC 위민), 문은주(화천KSPO), 김민지(서울시청)가 공격라인에 섰다.
해외파 차출의무가 없는 이번 대회 일본은 골키퍼 히라오 시카(스페인 그라나다), 수비수 이시카와 리온, 공격수 오사와 하루카(독일 슈투트가르트) 등 해외파 3명을 빼곤 모두 국내 WE리그 멤버로 채웠다. 여름 프리시즌 및 개인 일정으로 세대교체를 위한 국내파 중심 명단을 꾸렸다. 한국전에도 대만전 멤버를 대거 교체하며 실험을 택했다. 골키퍼 오쿠마 아카네, 다카하시 하나, 간노 오토, 나루미야 유이, 야마모토 유즈키, 요시다 리코, 우에노 마미, 하마다 메구, 나카시마 요시노, 아이카와 하루나, 이시카와 리온이 선발로 나섰다. 대만전과 비교해 절반 이상인 6명을 바꿨다. 주장 다카하시, 나루미야, 야마모토, 아이카와, 이시카와 등 5명이 2경기 연속 선발 출전했다. 닐센 감독은 다수의 어린 선수들에게 A매치 데뷔전 기회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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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4분 강채림이 오른쪽 라인으로 쇄도하며 날린 첫 슈팅이 옆그물을 흔들었다. 초반부터 라인을 올려 강한 압박과 공세로 나섰다. 전반 11분 문전을 향한 일본의 롱크로스를 장슬기가 걷어내며 위기를 넘겼다. 전반 19분 이금민에게 볼을 탈취한 카노 오토의 패스를 이어받은 요시다 리코의 슈팅이 옆그물을 때렸다. 이어진 한국의 역습, 지소연의 압박에 이은 김민지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넘겼다. 전반 23분 일본 수비 2명에게 둘러싸인 지소연이 힐패스로 볼을 지켜내는 장면을 압권이었다. 전반 24분 어느새 왼쪽으로 자리를 옮긴 강채림의 컷백을 이어받은 김민지의 슈팅이 또다시 높이 떴다. 결정적 기회를 놓쳤다. 한국은 전반 내내 일본과 대등하게 맞섰다. 베테랑 지소연과 이금민이 1-2선 자리를 바꿔가며 기회를 노렸고, 강채림, 문은주, 김민지도 최전방에서 자리를 바꾸며 일본 수비를 교란했다. 일본은 투톱 나루미야와 요시다가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다.
전반 31분 장슬기의 프리킥에 이은 정민영의 슈팅이 불발됐다. 찬스를 놓친 후 일본에게 기회가 넘어갔다. 전반 36분 아이카와 하루나의 패스를 이어받은 나루미야가 박스 왼쪽에서 강력한 슈팅으로 골망 구석을 흔들었다. 아쉬운 실점이었다. 0-1로 전반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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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우 감독은 후반 추효주와 김미연를 투입하며 변화를 꾀했다. 김미연-김혜리-고유진이 스리백을 구축했다. 후반 5분 문은주의 컷백에 이은 장슬기의 문전 슈팅이 아깝게 불발됐다. 후반 10분 지소연의 패스에 이어 왼쪽 라인을 치고 달리던 장슬기가 날린 날선 슈팅을 오쿠마 골키퍼가 가까스로 쳐냈다. 후반 15분 나카시마의 크로스같은 슈팅을 골키퍼 김민정이 잡아냈다.
수차례 공세에도 좀처럼 마무리가 되지 않는 가운데 후반 20분 김민지를 빼고 김신지를 투입해 승부수를 던졌다. 후반 21분 박스 오른쪽 측면을 파고들며 야심차게 날린 추효주의 오른발 슈팅이 살짝 빗나갔다. 후반 25분 많이 뛴 강채림 대신 '고려대 신성' 정다빈이 투입됐다. 후반 36분 가장 결정적인 동점골 찬스를 놓쳤다. 문은주가 문전에서 밀어넣은 슈팅이 골대를 강타했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화성벌을 메운 1641명 여자축구 팬들의 "대~한민국!" 함성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후반 41분 박스 왼쪽에서 문은주가 건넨 혼신의 패스를 이어받은 '고려대 막내 에이스' 정다빈의 슈팅이 골망을 갈랐다. 열대야를 날린 짜릿한 동점골이었다. '리빙레전드' 지소연이 기특한 막내 정다빈의 머리를 두드리며 격한 기쁨을 표했다. 동점골 직후 신상우 감독은 많이 뛴 문은주를 빼고 현슬기를 투입하며 경기를 뒤집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후반 추가시간 5분 일본의 파상공세를 한국은 단단한 수비, 하나 된 팀워크로 끈질기게 버텨냈다. 1대1 무승부.
일본은 대한민국과의 A매치를 어린 선수들을 위한 성장의 기회로 삼았고, 승리를 노렸지만 대한민국 베테랑과 신성들의 자존심이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중국, 일본전에서 연거푸 '극장' 동점골을 터뜨리며 '지지 않는' 대한민국 여자축구 투혼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무엇보다 일본의 이 미래세대와 맞설 '대한민국 신성' 정다빈이 일본의 골문을 열었다는 점은 더욱 뜻깊었다. 일본과 중국이 나란히 1승1무로 1-2위를 달리는 가운데 2무를 기록한 한국은 16일 오후 7시30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질 대만전에서 대승과 함께 우승 희망에 도전한다. 일본과 중국이 승부를 가릴 경우 승자가 우승, 한국이 대만을 이기고 일본과 중국이 무승부일 경우 3팀이 나란히 1승2무가 돼 골 득실로 순위가 결정될 수 있다. 일본이 대만에 4대0 승, 중국이 4대2로 승리한 상황, 5골 차 이상의 대승이 필요하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